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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위스키도 소독제가 될까요? 지친 마음에 양보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62)

지난 2월, 대선 주조가 소주 제조용 알코올 주정 100t을 부산시 등에 전달했다. 소주 원료인 주정은 에탄올 95%로, 희석하면 방역용 소독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주조 관계자는 "처음에는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을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물품 확보가 어려워 소주 회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주정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선주조 주정원료 기부. [사진 대선주조]

대선주조 주정원료 기부. [사진 대선주조]

알코올, 마시지 말고 손에 양보할 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월 20일 발표한 자료와 유럽연합(EU) 등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해 소독 효과를 보이는 소독 성분은 염소 화합물, 알코올, 4급 암모늄 화합물, 과산화물, 페놀 화합물 등이다. 이 내용에 근거해 세계 각국의 위스키 증류소가 생산한 위스키용 알코올(스피릿)을 코로나19 방역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중순, 인도 중앙 정부는 주류 제조업체에 손 세정제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이에 암룻(Amrut), 존(John) 등 인도의 위스키 증류소들이 손 세정제를 만들기로 했다. 증류소에서 만들어지는 알코올이 손 세정제의 주요 성분이기 때문이다. 암룻 증류소 전무 이사 락시트 재그달리(Rakshit Jagdale) 씨는 “우리는 의약품 관리 부서의 허가를 얻어 손 세정제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세정제. [사진 김대영]

손 세정제. [사진 김대영]

미국의 위스키 증류소들도 손 소독제 생산에 나섰다.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주 그린마운틴(Green Mountain) 증류소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손 세정제를 생산하기로 했다. WHO가 공개한 제조방법에 따라 알코올 도수는 75도로 맞췄다. 계기는 증류소 오너인 차드 버터스(Chad Butters) 씨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손 소독제가 매우 비싼 가격에 팔리는 걸 본 것이었다. 그는 “(손 세정제의) 고액 판매는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이다.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 자선단체나 지역의 친구들에게 우리가 만든 손 세정제가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증류소도 지난 24일부터 95%의 그레인 알코올을 기부하기로 했다.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가 기부하기로 한 95% 그레인 알코올. [사진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 인스타그램]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가 기부하기로 한 95% 그레인 알코올. [사진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 인스타그램]

‘조니워커’ 브랜드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디아지오도 200만 리터의 알코올을 기증하기로 했다. 250ml짜리 손 소독제를 800만 개 이상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프랑스 주류업체 페르노리카도 7만리터의 알코올을 손 소독제 생산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미국, 스페인, 스웨덴, 아일랜드 등의 페르노리카 자회사도 손 소독제 생산을 늘리기 위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기로 했다.

집에 있는 위스키도 소독제로 쓸 수 있을까?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집안과 시설 곳곳을 소독할 것을 강조하며, 소독제로는 70% 이상의 알코올이나 가정용 락스 등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집에 있는 대부분의 위스키는 70%는커녕, 40%다. 일부 70%에 육박하는 위스키도 있지만, 구하기 매우 어렵다. 알코올 외의 성분이 들어간 위스키가 소독 효과를 가질지도 미지수다. 집 안에 있는 위스키는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마음을 다스리는데 쓰자. 어쩌면 마음의 소독이 몸을 소독하는 일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가루이자와 1995 빈티지 69.3%. 마셔본 위스키 중 가장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소독용으로 쓸 거 같진 않다. [사진 김대영]

가루이자와 1995 빈티지 69.3%. 마셔본 위스키 중 가장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소독용으로 쓸 거 같진 않다. [사진 김대영]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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