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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위기는 투자 기회? 섣불리 뛰어들지 말아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48)

꼼짝하지 마라!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입도 열면 안 된다! 마치 황야의 무법자가 조용한 마을을 갑자기 덮친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무섭다. 그 파장이 오래가고 경제적 피해 규모도 1997년 외환위기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그런데, 이 같은 위기가 한바탕 태풍처럼 지나가고 나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과 역설적으로 재미를 보는 사람이 생긴다. 사태의 성격이나 본질을 불문하고 승자와 패자는 거의 정해져 있다.

투기가 사회에 만연하면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착각,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사진 영화 '빅쇼트' 스틸]

투기가 사회에 만연하면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착각,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사진 영화 '빅쇼트' 스틸]

사회경제적 위기는 진행되는 패턴도 일정하다. 가장 먼저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직장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이 속출한다. 그리고 위기를 견디지 못해 도산하는 한계기업이 줄을 잇는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떼돈을 벌고, 유유히 사라지는 부류도 있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뒤돌아보면 된다. 코로나 사태도 비슷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고 금리는 매우 낮았다. 오르기만 하는 부동산을 너도 나도 돈을 빌려서 사기 시작한다. 이 사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빅 쇼트’에는 “난 집이 다섯 채에요. 콘도도 있어요”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나온다. 투자자산이 오르게 되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면 그 차액으로 대출을 갚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사건이 대표적이다. 튤립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자, 너도 나도 튤립에 투자했다가 몇 달 만에 값이 90% 폭락한다. 전 재산을 몰빵한 사람들이 빚을 못 갚아 라인강에 몸을 던지는 사태가 빈번했다. 비트코인 사태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투기가 사회에 만연하면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착각,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거기다가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 생지옥이 된다. 서브 프라임 당시 주택 담보대출 연체율이 올라가자 ‘빅 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 박사는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 공매도에 배팅한다. 아니나 다를까 집값이 폭락하면서 그는 떼돈을 번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도 세계를 금융위기, 경제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태풍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패자가 되고 또 누가 승자가 될까.[사진 pixabay]

지금의 코로나 사태도 세계를 금융위기, 경제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태풍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패자가 되고 또 누가 승자가 될까.[사진 pixabay]

주식이나 부동산, 그 어떤 투자도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경우는 없다. 오르면 떨어질 때가 있다.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 무섭다. 레버리지로 투자한 사람들은 파산한다. 평생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다.

서브 프라임 사태의 피해자는 저소득층이었다. 서브 프라임이란 대출자 신용등급이 하위 등급인 경우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대출로 집을 샀는데, 집값이 폭락한 것이다. 이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이 7조 달러에 달한다. 실업자가 800만 명 나왔고, 600만 명이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이와 반대로 금융공학을 동원하여 주택 담보를 기초로 2차, 3차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고 판 금융기관은 가만히 앉아서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또 이런 금융위기를 역이용한 투자로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는 수조 원의 돈을 벌었다. 그러나 가난하고 무지한 저소득층은 고스란히 그 태풍에 휩쓸려 가고 말았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도 세계를 금융위기, 경제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태풍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패자가 되고 또 누가 승자가 될까.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가난하고 한계선상에 선 사람들은 이 태풍의 소용돌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각국 정부가 이번 사태로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헬리콥터로 돈을 살포하겠다고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상당기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 이번 사태로 일자리를 잃는 수많은 실직자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국제 교역 중단 사태가 오래가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마저도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수많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문을 닫았다.

이 사태로 재미를 볼 사람도 정해져 있다. 금융위기 피해를 헤징 한다는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금융공학자, 이를 파는 금융기관은 수수료로 돈을 벌 것이다. 또 이 사태를 역이용하는 큰 손 투자자들도 떼돈을 벌 기회다. 반대로, 이번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개미들은 피해자다.

폭락장에서 이때다 하고 장밋빛 환상에 빠져 섣불리 몰빵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용돌이치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이겨내기 어렵고, 바닥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바닥이라 생각해 꼭 투자하고 싶다면 부담 없는 금액으로 조금씩 분산 투자하고, 적어도 3~4년 묻어둘 생각을 하면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차분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 코로나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여 축복과 행운으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마크 트웨인)”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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