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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사립대 교수채용 '점수조작' 의혹··· 대학 내부 "수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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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사립대 교수 채용 평가과정에서 ‘점수 조작’ 의혹이 드러나 채용이 중단됐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학 측은 진상조사위원회와 인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이사회에 관련자 중징계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대전지역 사립대 교수 채용과정에서 점수 조작과 대리 서명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대학 내부에서는 수사기관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전지검 전경. [중앙포토]

대전지역 사립대 교수 채용과정에서 점수 조작과 대리 서명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대학 내부에서는 수사기관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전지검 전경. [중앙포토]

26일 A대학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경찰법학과 교수 초빙 절차 중 ‘2차 강의평가’를 한 뒤 학과장 B교수가 교무처에 제출한 평가표에서 점수가 수정된 것과 서명이 다른 게 확인됐다. 교무처는 평가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총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채용 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교수 강의 평가표 점수 수정·대리 서명 확인 #동의여부 무관, 평가표 제출 이후 수정 불가 #인사위원회 열고 이사회에 중징계 상정키로 #해당 교수 "허위 사실, 대학 측이 명예 훼손"

대학 측은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 뒤 B교수를 비롯해 평가에 참여했던 위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학과장인 B교수의 보직을 해임하고 다른 교수로 대체했다. 총장 명의로 경고 서한도 보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대학은 2020학년도를 맞아 신규 교수를 채용키로 하고 지난해 11월 13일 초빙 공고를 냈다. 경찰법학과를 비롯해 건축학부·전자공학과 등이 채용 대상이었다.

교수 1명이 정년퇴직하면서 충원이 필요했던 경찰법학과는 ‘형사법·경찰학·범죄학’ 전공의 교수 1명을 채용할 예정이었다. 공고에 ‘경찰 경력자는 우대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모집에는 11명이 지원했다. 12월 6~11일 서류심사를 거쳐 12월 18~19일 2차로 공개 강의 평가가 이뤄졌다.

학과장이던 B교수는 당시 평가위원장으로 내부 위원(경찰법학과 교수) 2명, 외부위원(타 대학교수) 2명 등 5명으로 이뤄진 평가위원회를 이끌었다. 위원장은 각 위원이 제출한 평가표의 점수를 합산해 3배수(1~3순위) 명단을 대학 측에 제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A대학 ‘신임교원 임용 규정’에는 학과장(위원장)은 추천 권한만 있다. 점수와 관련한 언급을 해서는 안 된다.

대학 측이 발견한 건 2차 평가를 마친 뒤 제출된 평가표 가운데 지원자 3명의 점수가 수정된 부분이었다. 점수는 애초보다 낮게 고쳐져 있었다. 3명의 점수를 낮게 수정해 다른 후보자들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결과로 변경된 것이다. 이로 인해 3배수에 들지 못했던 지원자 C씨가 순위에 포함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B교수가 점수를 수정한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는 게 A대학의 판단이다. 채점과 수정은 평가가 이뤄진 공간(평가장) 내에서만 가능하고 각 위원이 평가표를 위원장에게 제출한 이후에는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평가를 마친 뒤 압력 등 외부적 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지난해 6월 전남 여수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지난해 6월 전남 여수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가표에 표기된 외부위원 서명도 다른 게 확인됐다. 점수를 수정한 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서명과 애초의 서명이 달랐다고 한다. 대학 측은 B교수가 점수를 수정하고 자신이 직접 대리 서명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B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교무처에서 법적인 게 어떤 문제인지도 모르고 임의로 (채용과정을)중단시켰다”며 “학교에서 문제를 제기한 적은 있지만, 혐의점이나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내부 위원인 학과 교수들이 지원자 C씨에게 유독 낮은 점수를 줘 형평성 차원에서 조율(수정)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점수 수정과 (대리)서명 모두 외부위원의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게 B교수의 주장이다. B교수는 “점수 수정은 외부 위원들이 먼저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C에게 낮은 점수를 준 내부 위원 2명도 총장 경고를 받았다.

외부 위원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B교수로부터 먼저 연락이 와서 점수 조정이 필요하다고 해 동의를 해준 것”이라며 “(다른 대학 일인데)왜 우리가 먼저 점수 수정을 요청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외부 평가위원 입장에서 학과장인 B교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취지였다는 얘기다.

B교수는 “(대학 측의 설명이)모든 게 허위 사실이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 측을)명예훼손과 무고로 고발할 수도 있다”며 “새로 채용된 교수는 학력이나 경력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선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B교수와 C씨는 경찰대학 선후배 사이다. C씨는 지난달 진행된 2차 교수초빙에서 최종 선발돼 지난 1일 경찰법학과 교수로 채용됐다.

채용 과정을 중단했던 교무처 측은 B교수의 주장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B교수의 명백한 규정 위반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서 밝혀졌고 인사위원회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으로 고려해 ‘중징계’ 결정이 났다는 이유에서다. 중징계는 정직과 해임부터 최고 파면까지도 가능하다. A대학 고위 관계자는 “차라리 수사기관을 통해 진위를 가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B교수는 지난 24일 "대학 측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고, 징계 관련 통보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해당 대학에 따르면 인사위원회 의결 사항은 당사자에게 통보하지 않는 게 규정이라고 한다. 다만 징계위원회 때는 당사자가 출석해 소명과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대전지역 사립대 교수 채용과정에서 점수 조작과 대리 서명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대학 내부에서는 수사기관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전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대전지역 사립대 교수 채용과정에서 점수 조작과 대리 서명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대학 내부에서는 수사기관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전지방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A대학 총장은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내부적인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교무처 보고를 받고 원칙대로 처리할 것을 지시했고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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