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주한미군 2명 사망...군 안팎, 사인이 코로나라면 일시 철수 고민할 사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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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기지에서 최근 미군 병사가 연이틀 사망한 사건을 놓고 그 배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주한미군측, 증상 없어 검사 안 했다지만 #무증상 코로나 감염자 발생 사례도 많아

주한미군이 관련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후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같은 기지의 젊은 장병이 잇따라 사망한 일을 단순히 우연으로 볼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월 27일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에서 군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발열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2월 27일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에서 군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발열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25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제2보병사단 소속 클레이 웰치(20) 상병이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내 자신의 막사에서 사망했다. 웰치 상병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응급의료 인원들에 의해 현장에서 사망 진단이 내려졌다.

앞서 전날(24일) 주한미군은 지난 21일 매리사 조 글로리아(여·25) 일병이 캠프 험프리스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글로리아 일병 역시 웰치 상병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숙소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응급 처치 요원들로부터 사망 판정을 받았다.

주한미군 측은 이들의 사망과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은 현재로썬 없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2건의 사망에 대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두 병사 모두 증상이 없어 코로나 감염 여부를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또 통상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에 공개하는 미군의 관례를 따랐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3일 대구 주한미군기지 페이스북에 따르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군복 입은 인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대구 캠프 워커 기지에서 마트를 둘러보고 있다. [대구 주한미군기지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지난 3일 대구 주한미군기지 페이스북에 따르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군복 입은 인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대구 캠프 워커 기지에서 마트를 둘러보고 있다. [대구 주한미군기지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하지만 미군이 이들 사망을 놓고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을 섣불리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증상 여부만 보고 코로나19 감염을 판단한 게 적절했냐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무증상이더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후 코로나19 검사가 실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아프지 않아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며 “어떤 대상자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면 주한미군 사령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19일 경우 캠프 험프리스의 방역망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5일 현재 주한미군 기지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나온 건 모두 10건으로, 이중 지난 6일과 24일 등 두 차례 캠프 험프리스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 측은 “웰치 상병은 지난달 순환 배치로 한국에 왔고, 글로리아 일병은 지난해 4월 한국에 오는 등 소속 대대부터 다르다”며 두 사망 사건 간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현재 미군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수차례 발생했지만 코로나19로 숨진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기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주한미군 가족에 대한 철수 조치에 이어 주한미군의 일시적 일부 철수가 이뤄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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