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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플로 대표 “음악이 뉴스인가? 실시간 차트가 무슨 의미 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음악이 뉴스도 아닌데, 실시간 순위를 매기는 건 음악 콘텐트의 특성에도 안 맞고, 음악 소비자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

최근 음악 플랫폼 플로가 ‘실시간 차트’를 전격 폐지하면서 가요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실 실시간 차트는 그동안 가요계의 오랜 병폐인 음원 사재기를 낳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음악 플랫폼의 매출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실시간 차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플로는 지난 18일부터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플로만의 24시간 단위의 차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플로는 2018년 12월 출범 당시부터 업계 최초로 '취향 기반의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앞세워 차별화했다. 플로는 이처럼 남다른 행보로 출시 1년 3개월 남짓 만에 멜론ㆍ지니뮤직에 이은 3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월간 실사용자(MAU)만 313만 명(1월 기준).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플로하우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드림어스컴퍼니]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플로하우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드림어스컴퍼니]

플로를 서비스하는 드림어스컴퍼니의 이기영(44) 대표를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플로하우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SK텔레콤에서 뮤직TF장을 맡으면서 플로를 기획했고, 지난해 3월 드림어스컴퍼니 대표가 됐다.

실시간 차트는 AI 할아버지가 와도 순위 왜곡 못 막아 

한 시간 단위의 실시간 차트를 없앤 배경은.    
기존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동안 ‘페이크(가짜) 스트리밍’으로 재생수를 높여 차트에 진입할 수 있고, 차트에 의해 재소비 되면서 순위가 올라가는 왜곡이 발생했다. 이렇게 1시간 단위로 핫하게 싸우는 구조면 AI(인공지능) 할아버지가 와도 차트 왜곡을 못 막는다. 플로는 24시간 동안 AI 머신러닝을 통해 비정상적인 사용 패턴을 제외한다. 이 기술이 다양한 음악을 소비하는 플로 사용자와 만나면 차별화된 차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플로하우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드림어스컴퍼니]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플로하우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드림어스컴퍼니]

월 8만곡씩 쏟아지는 신곡…소비자 취향에 맡겨야   

실시간 차트가 왜 문제인가.  
플랫폼 사업자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첫 화면 상단에 넣는다. 네이버의 검색창과 페이스북의 포스팅 입력창이 대표적 예다. 그런데 음악 플랫폼 상단엔 뭐가 있나. 내 취향과 상관없는 천편일률적인 실시간 차트, 최신앨범 소개다. 최신앨범 소개는 사실상 광고판이다. 한 달에 8만곡의 신곡이 쏟아지는데, 최신 앨범에 걸리지 않으면 사라진다. 플랫폼이 권력화하고 상업적인 속성이 서비스를 지배하게 된다. 플로가 일으킨 변화는 최신앨범의 편집권을 플랫폼 자의가 아닌,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취향에 맡기자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 사업자가 이런 관행을 못 벗어났던 이유는.    
누군가는 다른 시도를 해야 하는데 1위 사업자(멜론)는 변화할 이유가 없고, 나머지 사업자들은 변화할 용기가 없었다. 한마디로 시장이 거대한 ‘서비스 담합’상태에 빠져있다. 1등이 만들어 놓은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답습한 거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한 분은 ‘내가 10년 동안 갖다 바친 (음악감상) 데이터는 어따(어디에) 팔아먹었냐’고 하더라.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더 다양한 노래 소비돼   

기존 관행에 반기를 든 셈인데, 결과는.  
데이터가 쌓여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출시 전은 물론 출시 이후에도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멜론ㆍ지니뮤직 등이 개인화 탭을 만드는 것을 보니 이 길이 맞는 것 같다(웃음). 기존 음악 플랫폼 서비스 시장을 고인 물에서 흐르는 물로 바꿔놨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비스의 다양성뿐 아니라 음악 콘텐트의 다양성에도 기여했다. 하루 평균 감상하는 아티스트 수가 10명에서 12명으로 20% 증가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드림어스컴퍼니 플로하우스 전경. [사진 드림어스컴퍼니]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드림어스컴퍼니 플로하우스 전경. [사진 드림어스컴퍼니]

바이브가 이용자 중심의 정산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다. 동참 가능성은.
음악 플랫폼이라는 업에 대한 이해가 저희와 조금 다르다. 음악 플랫폼은 ‘주크박스’처럼 음악 파일 하나하나를 떼서 파는 곳이 아니다. 한 곡씩 떼다 파는 중개상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 플랫폼으로서 시장을 키우려면 한곡 한곡 가치의 합 이상의 큐레이션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사용자가 음악을 발견해가는 능력을 확장해 주는 게 큐레이션이다.  
음원 업계의 넷플릭스라는 스포티파이가 올해 안에 국내 진출한다. 대응 전략은.  
음악 플랫폼은 음원 전체를 한 덩어리로 사기 때문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처럼 플랫폼 간 콘텐트의 차별성은 없다. 오히려 국내 사용자를 얼마나 이해했냐, 창작자를 얼마나 이해했느냐가 더 중요한 포인트다. 다만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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