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재정 사상 최악-연말 당기적자 5천230억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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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재정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의료보험 통합에 적신호가 켜졌다.

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역의보의 경우 지난 5월말 현재 수입에 대한 지출의 비율(수지율)이 112.6%로 모두 1천842억원의 당기적자를 기록, 이미 지난 한해 동안의 당기 적자액 1천572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누적적립금이 지난해 말 7천278억원에서 4천869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 말에는 5천230억원의 당기적자가 발생, 1개월치 급여비에도 못미치는 2천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보험료를 지난 97년 25.2%에 이어 지난해 14.2% 인상한후 올해 5월에도 18.4%를 올렸는데도 재정악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의료보험 통합에 큰 장애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보험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안정은 단기적인 처방일 뿐 병원의 허위.부당청구에 대한 실사 강화, 의보수가 상승 억제, 고가 의료장비의 공동사용 등을 통한 의료비 증가억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직장의보도 올해들어 30여개 조합에서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지난 3월말 현재 1천63억원의 당기적자(수지율 120.7%)를 보이고 있어 연말께는 5천9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 97년 이후 적자운영을 계속해 온 공무원.교직원의보는 지난 3월 보험료를 33.3% 인상했는 데도 지난 5월말 현재 수지율이 102.1%로 83억원의 적자를 보여 누적적립금이 1개월 급여비에도 못미치는 388억원으로 격감했다.

이같은 총체적인 재정악화는 보험료 인상을 통해 재정수입을 늘리려해도 의료비지출이 매년 늘어나는데다 정부가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보조 비율을 계속 낮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양봉민 교수는 "의보재정이 악화할 때마다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의료비 급증의 원인이 병원, 약국등 의료공급자 차원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공급차원에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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