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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난청 시니어에 ‘귀’ 대여 …무선 헤드폰이 해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32)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며느리 소리는 잘 안 들리고 아들 소리만 잘 들려 고부간 갈등이 커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런 오해는 노화로 인한 청력 변화 때문에 발생합니다. 나이가 들면 여성목소리와 같은 고주파는 잘 안 들리고 남성목소리와 같은 저주파 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잘 들리기 때문입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높은 주파수를 담당하는 귀의 ‘부동섬모(Stereocilia)’의 마모로 발생합니다. 청력약화는 대인관계를 감소시키고, 사회활동을 위축시켜 우울증 확대 및 치매를 야기할 수 있어 노후 삶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니어가 보통 경험하는 ‘3불(不)’인 불편, 불만, 불안의 주요 원인인 청각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에버사운드로 미국 보스턴에 201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에버사운드는 시니어의 청력 능력만을 돕는 회사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헤드폰, 트랜스미터, 무선마이크로 구성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할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에버사운드의 구성과 이를 활용한 그룹활동. [사진 에버사운드 홈페이지]

에버사운드의 구성과 이를 활용한 그룹활동. [사진 에버사운드 홈페이지]

보통 헤드폰 10개 세트를 실버타운이나 데이케어센터 등 시설에 렌털형식으로 판매합니다. 처음엔 노인시설에서 몇 달 사용 후 렌털을 중지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못 보던 물건을 신기해서 사용했으나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가 있어도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없거나 인터넷이 안 되면 사용 빈도가 줄어드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에버사운드는 렌털하는 기관이나 시설에 인터넷을 통해 매달 에버사운드로 활용 가능한 다양한 동영상, 음악 콘텐츠와 활용 방법 안내서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용 계약 기관이 늘었습니다.

에버사운드에서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단체활동 프로그램 콘텐츠. [자료 에버사운드 홈페이지]

에버사운드에서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단체활동 프로그램 콘텐츠. [자료 에버사운드 홈페이지]

시니어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음악, 동영상 등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면 기관 관계자가 교사가 되어 시니어에게 관련 내용을 가르치고 활용할 수 있는 단체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관 프로그램 진행자가 무선마이크로 이야기하면 참석자가 헤드폰을 통해 쉽게 들을 수 있어 시니어의 활동 몰입감과 참여도, 사회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관 입장에서는 기존의 프로그램 개발과 강사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참여자 역시 만족도가 향상되면서 에버사운드의 활용도는 증가했습니다. 2019년 미국 전 지역 내 500개 이상의 기관에서 이 세트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페에서 에버사운드를 쓰고 데브 시트린 마케팅 부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주위의 소음에도 상대방의 소리가 뚜렷하고 분명하게 들려 대화에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에버사운드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

에버사운드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

현재 에버사운드는 기관 내 단체활동·프로그램용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와 시니어 간의 의사소통, 가족 또는 친구와의 대화, 음악치료, 방문자들 위한 투어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에버사운드가 유튜브를 통해 1940~1970년대 유행했던 음악을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한편 개인의 선호 음악도 저장할 수 있어 시니어용 음악치료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에버사운드를 활용한 음악치료. [사진 에버사운드 홈페이지]

에버사운드를 활용한 음악치료. [사진 에버사운드 홈페이지]

에버사운드를 활용한 돌봄서비스. [사진 에버사운드]

에버사운드를 활용한 돌봄서비스. [사진 에버사운드]

이처럼 에버사운드는 단순히 난청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시니어의 삶의 질 향상에 실증적 효과를 보였습니다. 700명의 시니어 사용자 조사에서 기관 내 프로그램 참여율이 77% 증가하였으며, 치매환자들 중 64%는 활동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각하지만, 청력이 좋지 않아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65~75세는 25~40%, 75세 이상은 38~70%가 노인성 난청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노인의 청력 불편함을 해소해 사회적 소외를 해결해줌으로써 노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시니어 비즈니스 창출을 우리나라에서도 기대해 봅니다.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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