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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추락 실종된 부기장 수색 중단…기장은 헬기 저수지 빠지기 전 탈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청량읍 회야댐 인근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펴던 울산소방본부의 민간 임차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나 기장은 구조됐으나 부기장은 실종 상태다.사진은 헬기가 물에 빠지기전 부딪힌 절벽 사고 현장.송봉근 기자 (2020.3.19.송봉근)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청량읍 회야댐 인근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펴던 울산소방본부의 민간 임차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나 기장은 구조됐으나 부기장은 실종 상태다.사진은 헬기가 물에 빠지기전 부딪힌 절벽 사고 현장.송봉근 기자 (2020.3.19.송봉근)

소방당국이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부기장을 수색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소방당국은 야간수색을 포기하고 20일 오전 6시쯤 날이 밝는 대로 수색을 재개할 계획이다.

산불 진화 동원된 헬기 1대 19일 오후 3시 30분 추락 #기장 헬기가 산비탈 충돌 후 미끄러져 내려가는 찰나 탈출 #소방본부 “저수지 바닥에 펄이 많고 가시거리 짧아 수색 어려워”

사고 헬기는 19일 오후 1시 50분 산불 진화 작업에 동원됐다가 이날 오후 3시 30분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장 현모(56)씨는 구조됐지만, 부기장 최모(47)씨는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였고, 4시간만에 수색을 중단했다.

임주택 울산소방본부 생활안전계장은 19일 오후 6시 40분 사고 현장인 울산시 울주군 회야저수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헬기는 수심 7~8m  저수지 아래로 추락했으며 헬기 일부가 파손됐다”며 “헬기 주변에 펄이 많고, 가시거리가 1~2m에 불과해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수온 또한 급격히 낮아져 수색대원 62명이 수시로 교대하며 수색 작업을 벌였다.

울산소방본부 구조대 관계자는 “헬기 추락 당시 충격으로 부기장이 헬기 밖으로 튕겨 나간 것 같다”며 “가시거리가 짧고, 날이 어두워져 수색을 더는 이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8시 회의를 통해 야간수색 중단을 결정했다.

울산 헬기 추락 사고 모습. 송봉근 기자

울산 헬기 추락 사고 모습. 송봉근 기자

소방당국은 산비탈에 바스켓(물을 뜨는 주머니) 잔해가 남은 점, 일대 나무가 많이 손상된 점 등으로 미뤄 헬기 동체가 먼저 산비탈을 충격한 뒤 물에 빠져 가라앉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 계장은 “고압선에 걸려 헬기가 추락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저수지 주변 철탑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헬기가 산비탈에 충격하기 직전 속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며 “산비탈과 충돌한 헬기는 산비탈 면을 따라 3m 정도 미끄러져 내려온 뒤 저수지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현씨는 헬기가 산비탈과 충돌한 후 미끄러져 내려가는 찰나 헬기에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씨는 산비탈의 나뭇가지를 잡고 매달려 있다가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찰과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사고 헬기 기종은 ‘벨214B1’으로 1982년 미국에서 제조됐다. 현재 항공업체 헬리코리아가 소유하고 있다. 기장과 부기장도 이 회사 소속이다. 헬기 최대 이륙중량은 5727㎏이며, 한 번에 2500L의 물을 떠서 옮길 수 있다.

헬기 추락 원인은 조사하고 있다. 임 계장은 “헬기 기체 노후화로 사고가 났는지, 기장의 운전 미숙인지, 강풍의 영향인지 등등 다각도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한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날 강한 바람이 추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울산에는 최대 순간풍속이 시속 45.4㎞(기상대 기준)에 달했고, 지역에 따라서는 최고 시속 70㎞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구조된 현씨는 경찰에서 “헬기가 물을 뜨다가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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