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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사고친 아소…어젠 "올림픽 저주" 오늘 "대동아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아베 내각의 사고뭉치', 망언제조기인 아소 다로(麻生太郞)부총리겸 재무상이 이틀 연속으로 사고를 쳤다.

전날 "40년마다 저주받은 올림픽"실언 #오늘 회견선 침략정당화 표현 두 차례 #"1940년은 대동아전쟁으로 치닫던 해" #일본 정부,일왕도 안쓰는 역사 금기어 #아소,중일전쟁도 '시나사변'으로 표현

전날엔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40년마다 문제가 생겨왔다. 저주받은 올림픽"이란 표현으로 구설에 올랐던 그는 19일엔 과거 일본이 일으켰던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망언을 했다.

일본 정부의 망언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이 이틀 연속으로 설화를 일으켰다.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망언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이 이틀 연속으로 설화를 일으켰다. [EPA=연합뉴스]

이날 각의(우리의 국무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아소 재무상의 발언은 전날의 실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먼저 그는 ‘40년마다 저주받은 올림픽’발언에 대해 그는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서방 국가들의 보이콧으로 인해 반쪽 개최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전쟁으로 불발된 1940년 삿포로·도쿄 동·하계 올림픽을 재차 거론하며 "스포츠 관계자와의 대화때 ‘40년마다 기운이 안좋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1940년 올림픽이 취소된 경위를 설명하다 문제의 ‘대동아전쟁’발언이 나왔다.

아소는 "내가 태어났던 해(1940년)가 마침 '대동아전쟁'에 돌입하는, 만주사변이 ‘시나사변’(중일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던 시기였으니까, (1940년은)이른바 ‘대동아전쟁’이 시작되기 바로 전 해였는데, 그 때 이미 형세가 심상치 않았지"라고 했다.

'대동아전쟁'은 1941년 일본이 "유럽에 의한 아시아 식민지 침략을 해방시키고, 대동아공영권 건설과 아시아의 자립을 목표로 한다"는 전쟁 명분을 내걸며 각의에서 공식적으로 정했던 명칭이다.

침략전쟁과 주변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셈이다.

지난 2018년 4월 11일 일본 중의원에 나란히 출석한 아베 신조 총리(오른쪽)와 아소 다로 부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11일 일본 중의원에 나란히 출석한 아베 신조 총리(오른쪽)와 아소 다로 부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그래서 일본의 패전 뒤 연합국사령부(GHQ)통치 시절엔 ‘전쟁용어’로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 금지어 지정은 풀렸지만 정부의 공식 문서나 교과서,언론 등은 여전히 이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태평양전쟁’이란 표현을 주로 쓴다.

일왕(일본에서는 천황)도 ‘이전의 대전(大戰)’,’그 불행했던 전쟁’이란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사실상 현재도 사용이 터부시되고 있는 금기어임에도, 아소 재무상은 이 단어를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 두 차례나 쓴 것이다.

대동아전쟁이란 단어 뿐이 아니다.

그가 회견에서 '중일전쟁'이란 공식 표현 대신 사용한 ‘시나사변’이란 용어도 중국에선 거부감이 강하다. “침략 당시 일본이 썼던 표현”이란 이유에서다.

아소 재무상은 지난해 9월 자위대 관련 공식행사에서도 건배사에서 ‘대동아전쟁’이란 표현을 썼다.

총리 재임시절인 2008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해 일본 국내와 주변국들로부터 “전쟁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공격을 당했다.

도쿄의 일본 소식통은 “숱한 지적과 비난을 당하고도 이런 표현을 계속 쓰는 것을 보면, 보수층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일부러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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