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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성부 "조현아가 먼저 연락…조원태 3년 못간다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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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배를 가를 한진칼 주주총회가 1주 앞(27일)으로 다가왔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조원태 회장 진영의 지분(의결권 기준)은 33.45%, 빼앗으려는 3자연합(KCGIㆍ반도건설ㆍ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분은 31.98%로 팽팽하다. 양 진영을 이끄는 ‘키맨’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와 강성부 KCGI 대표를 중앙일보가 각각 단독 인터뷰했다. 강 대표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델타항공에 한진칼 지분을 블록딜로 팔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성부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원태 경영 5년 한진 2조 적자 #전문경영체제 도입하자는 것 #조현아, 경영불참 계약서 썼다"

강성부 KCGI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IFC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00318

강성부 KCGI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IFC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00318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선임안 반대 이유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쥔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한항공은 총 1조7400억원, 한진칼은 총 3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2017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계속 적자였다. 영구채를 포함하면 부채비율이 1600%대에 이르는 데 이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저금리ㆍ저유가로 엄청난 흑자를 낸 것과는 반대다. 그가 경영실패를 불러온 장본인이라는 얘기다”  
모든 경영에서 조 회장이 물러나라는 뜻인가?
“그렇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때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집에서의 난동을 비롯해 과거 뺑소니 사고, 70대 노인 폭행, 부정편입학을 둘러싼 논란, 리베이트 수수 의혹 등을 보면 경영인ㆍ기업가로서 최소한의 도덕적ㆍ윤리적 함량도 갖추지 못했다”
3자연합이 내세우는 바는 무엇인가?.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이다. 그래야 독단적 의사결정을 예방할 수 있다”
3자연합이 사내이사로 추천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등에 대해 한진에서는 항공 전문가가 아니라고 비판한다.
“과거 파산한 일본항공(JAL)을 살린 구원투수는 전자ㆍ정보기기 업체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과 공대 출신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었다. 우리가 추천한 후보들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처럼 회사의 변화를 이끌 전문경영인들이다”
오너 리스크를 비판하면서 과거 ‘땅콩 회항’으로 공분을 샀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끌어들였는데.
“여론의 비판을 충분히 알고 있다. 조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3자연합의 협약에는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한 3자연합 인물의 경영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확약이 있다. 조 부사장 스스로도 경영 참여를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확약의 내용은 무엇인가?
“주주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어길 경우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보게끔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3자연합의 주주 간 계약서 일부. [자료: KCGI]

3자연합의 주주 간 계약서 일부. [자료: KCGI]

조 전 부사장과는 어떻게 뜻이 맞았나.
“지난 1월 조 전 부사장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조원태 회장의 크리스마스 난동 사건으로 실망이 컸던 것 같다. 2월 조 전 부사장이 미팅에서 “조 회장 체제로는 한진그룹이 3년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하더라. 조 회장의 성품과 역량을 누구보다 잘 아는 누나의 판단이 이 정도다. 나와 생각이 같아 의기투합했다. 손잡는 조건으로 “경영 참여는 안된다”고 강조했고,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수용했다. 조 전 부사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다”
반도건설까지 3자연합에 합류했다.
“1월쯤 반도건설 측과 처음 접촉했고 결국 셋이 뜻을 모았다. 이에 앞서 한진에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쪽에 먼저 도와달라고 연락을 해서 양측이 몇 번 만났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 쪽에 몇몇 제안이 왔는데 결국에는 없던 일이 됐다. 권 회장 측에서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
3자연합이 지분 3.04%를 추가 매수해 총 지분이 40.12%로 늘었다.  
“주주명부 폐쇄 이후 추가로 매입한 지분이라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미 한진칼 등에 투자해 원금 대비 2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우리가 ‘먹튀’, ‘투기자본’이라면 지분을 처분했지 추가로 매입할 이유가 없다”
한진의 우군인 델타항공도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델타항공에 우리에게 지분을 블록딜로 팔라고 제안했다. 델타가 항공 분야의 시너지를 의도한 것이라면 지주사인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을 사는 것이 맞다고 설득하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 
“우리가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고 약속한다. KCGI는 현대시멘트, 이노와이어리스 등 인수한 회사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강성부 KCGI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IFC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강성부 KCGI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IFC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번 주주총회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솔직히 모르겠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 감이 안 온다. 소액 주주들의 위임장을 열심히 받고 있다. 주주총회와 관련된 각종 가처분 신청과 금감원 조사 요청이 어떻게 결정될지도 큰 변수다”
KCGI의 출자자들은 누구인가?
“외국계, 특히 중국계 자금이라는 루머가 나오는데 100% 한국 자금이다. 자산가ㆍ기업인은 물론 일반 법인과 헤지펀드 등 다양한 곳에서 투자했다. 금감원ㆍ공정위에 매번 보고한다”
KCGI도 결국에는 ‘엑시트’하지 않겠는가.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게 끌어올리는 순간이 엑시트를 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때는 우리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성장하고, 소비자는 만족하고, 직원들은 보너스를 받고, 주주는 배당을 얻고, 국가는 더 많은 세금을 거두게 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윈윈이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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