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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골프 영화 보면서 코로나 시름 달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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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틴컵

틴컵

스포츠가 중단됐다. PGA 투어는 5월 중순까지 스톱이며 LPGA 투어와 KLPGA 투어도 계속 취소되고 있다. 경기가 없는 동안 스포츠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된다. 그러면서도 골프가 그립다. 중계가 없으면 골프 영화로 갈증을 속여보자.

자가 격리 기간 볼 만한 작품 많아 #‘틴컵’‘베가번스의 전설’ 볼 만

기자가 본 최고 골프 영화는 ‘틴컵(사진)’이다. 뜨내기 레슨프로가 멋진 여성에 반해 US오픈에 출전한 뒤 우승을 다투는 이야기다. 로리 매킬로이와 이름이 비슷한 주인공 로이 매커보이는 마지막 홀에서 무모하게 공격하다 공을 번번이 물에 빠뜨린다. 우승은 놓쳤으나 미녀를 얻는다. 케빈 코스트너와 르네 루소의 연기가 뛰어나고 이야기도 탄탄하다. 문제는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거다. 2018년 마스터스에서 전년도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한 홀 13타를 쳤다. 영화보다 1타가 많다. 영화가 무색해진다. 그러니 경기가 더 그립다.

‘베가번스의 전설’은 득도한 캐디 윌 스미스가 멘털이 약한 맷 데이먼을 진짜 선수로 만들어준다. 골프의 가장 중요한 경기장은 두 귀 사이 6인치, 즉 뇌라는 말이 있다. 골프의 멘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다.

골프 종주국 영국에서 온 골리앗 해리 바든, 테드 레이와 아마추어 프랜시스 위멧이 1913년 US오픈에서 대결한 스토리는 ‘지상 최고의 게임’이라는 영화로 나왔다. 위멧은 드라이버보다 키가 작은 어린 캐디를 데리고도 역전승한다. 원작 소설에서 위멧은 담배를 든 바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고 승리를 확신했는데 영화 속 디테일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토미스 아너’는 프로골프가 태동하던 19세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역사물이자 스포츠 사상 첫 슈퍼스타였던 톰 모리스 주니어의 사랑 얘기다. 감독이 숀 코너리의 아들인 제이슨 코너리인 데다 매우 드라마틱한 스토리여서 기대를 모았으나 배우들의 스윙 폼이 어색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최경주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도 있다. 2011년 개봉한 ‘유토피아에서의 7일’에서 최경주는 아시아 최고 골퍼로 나와 주인공과 연장 승부를 벌인다.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최경주의 연기가 아니라 영화 전체가 말이다. 슬랩스틱을 좋아한다면 ‘캐디색’이나 ‘해피 길모어’도 볼 만하다.

충무로 골프 영화도 있다. 2003년 나온 ‘역전에 산다’는 김승우와 하지원이 주연했는데 평가가 좋지 않았다. 이현세의 만화 ‘버디버디’는 드라마로 나왔다. 미셸 위를 연상시키는 키 큰 부잣집 딸과 신지애를 연상시키는 시골 학생의 경쟁이다. 유이와 이다희가 출연했다.

골프가 주제는 아니지만, 골프가 등장하는 영화도 여럿 있다. 007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골드핑거’가 그 효시다. 제임스 본드와의 매치에서 악당 골드핑거는 라이를 개선하는 등 속임수를 쓴다. 본드는 마지막 홀에서 상대의 공을 바꾸는 역속임수로 1만 달러가 걸린 내기에서 승리한다. 본드 역을 맡은 숀 코너리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골프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골드핑거의 원작자인 이언 플레밍은 골프에 대한 이해가 깊어 묘사가 치밀하다. 한국 영화에서 골프의 이미지는 조폭의 무기로 등장하는 골프채다. 너무 골프채 폭력이 많아 영화 ‘황해’에서 김윤석이 드라이버가 아니라 뼈다귀를 들고 싸움하는데 매우 참신해 보일 정도였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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