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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매크로’ 쓰려는 동창에 연구용 컴퓨터 빌려준 서울대 연구원 입건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경찰은 소셜커머스업체 쿠팡 측으로부터 마스크 자동구매 매크로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IP주소 108개를 넘겨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를 하던 경찰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컴퓨터에서 매크로가 사용된 흔적을 발견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18일 서울대 측은 매크로를 이용한 사람이 이 대학원을 수료하고 연구원 신분으로 있던 30대 초반 A씨의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동창의 부탁을 받아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창이 대학원 연구실 내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하게 했다. 이 동창은 이 컴퓨터에서 두 번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마스크 수천장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동창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고 A씨를 업무방해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지인이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줄 알면서도 서울대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도와준 것으로 보고 입건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측은 "사실관계를 떠나 해당 대학원은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컴퓨터보다 빨라서 부탁" 

해당 대학원 측에 따르면 매크로가 사용된 컴퓨터는 융합과학부 학생들이 사용하는 연구실 내부 조립식 컴퓨터다. 대학원 관계자는 "연구에도 쓰기 때문에 다른 컴퓨터보다는 성능이 좋고 빠르다"며 "아마 동창이 일반 컴퓨터보다 빠를 것이라 예상해 빌려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A씨가 컴퓨터를 빌려주면서 마스크 구매 매크로를 쓸 것을 알았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A씨 본인이 매크로를 활용해 마스크를 직접 구매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A씨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라 놀란 상태"라고 전했다. 또 "A씨의 동창은 서울대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보인다. 2020.3.18/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보인다. 2020.3.18/뉴스1

경찰, 매크로 개발·판매자 구속영장 신청

한편 지난 17일 경찰은 A씨의 동창 등 총 18명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한 이모(32)씨를 업무방해·업무방해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매크로 구매자들은 이를 이용해 총 10만여장의 마스크를 구매했다.

이씨가 개발한 이 매크로는 여러 홈쇼핑 사이트를 자동으로 새로고침한 뒤 구매를 해주는 기능을 가졌다. 이씨는 이 매크로를 국내 메신저 오픈 채팅방에 홍보해 불특정 다수에게 팔았다. 가격은 20만원이었다. 현재 경찰은 이씨로부터 매크로를 구매한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개발자 이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혐의가 중대하고 매크로를 또 판매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매크로를 개발한 이씨는 서울대와 관계 없다"고 덧붙였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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