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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떠나는 메건 마클의 마지막 패션은 '복수의 초록 드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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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이 옷으로 강력한 성명을 발표했다”

오는 3월 말 공식적으로 영국 왕실에서 독립하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마지막 공무 수행 모습이 화제다. 특히 “작정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완벽한 패션을 선보인 메건 마클 서식스 공작부인에 대해 외신이 연일 논평을 내고 있다.

메건 마클의 영리한 패션 메시지 #왕실 여인다운 선명한 컬러의 드레스 #모두 영국 디자이너 제품으로 선택 #해리 왕자와 절묘한 커플룩도 화제

왕실 독립 선언 후 캐나다로 떠난 메건 마클이 지난 5일 영국에 돌아왔다. ‘인데버 펀드 어워즈(Endeavour Fund Awards)’에 참석하기 위해 빗속을 뚫고 등장한 메건은 패션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의 화사한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지난 1월 독립을 선언한 후 화려한 왕실과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던 메건 마클은 이날 환한 미소와 대담한 색의 드레스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패션 매채 타운&컨트리 매거진은 이날 해리와 메건의 패션을 두고 “지난 2개월 동안의 부정적인 보도와 비판을 불식시키는 행보”라고 평했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이 5일 런던 맨션 하우스에서 열린 인데버 펀드 어워즈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이 5일 런던 맨션 하우스에서 열린 인데버 펀드 어워즈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3일 뒤 메건 마클은 강렬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마운트배튼 음악 축제’에 참석했다. 런던 기반의 디자이너 브랜드 ‘사피야’의 드레스다. ‘시몬 로샤’의 귀걸이, ‘마놀로 블라닉’의 가방을 더한 메건의 붉은색 패션은 해리 왕자의 붉은 왕립해병대 제복과 어우러져 최고의 커플 효과를 냈다.

해리 왕자와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이 7일 마운트배튼 음악 축제가 열리는 런던 로얄 알버트 홀에 도착했다. 사진 AP=연합뉴스

해리 왕자와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이 7일 마운트배튼 음악 축제가 열리는 런던 로얄 알버트 홀에 도착했다. 사진 AP=연합뉴스

하이라이트는 이번 영국 나들이의 마지막 일정이자, 왕실 일원으로서 마지막 공식 일정인 9일이었다. 영연방 기념일 축하 행사에 참석한 메건 마클은 매혹적인 초록색 드레스와 그에 맞춘 초록 모자‧가방에 베이지색 구두로 완벽한 왕실 패션을 선보였다. 마치 군중 속에서 자신을 단번에 알아보기 쉽게 늘 선명한 색의 의상만을 고집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패션 규칙을 따른 것처럼 보였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이 9일,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영연방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AP=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이 9일,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영연방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AP=연합뉴스

영국 왕실의 여인들이 패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교적이든 개인적이든 말로는 할 수 없는 더 많은 이야기를 그들은 패션을 통해 이야기해왔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는 지난 3일 아일랜드에 방문하면서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에메랄드 그린’ 컬러의 드레스를 연달아 입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지난 3일 아일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아일랜드의 상징 색인 녹색 코트와 드레스, 신발, 가방 등으로 예의를 갖춘 케이트 미들턴의 모습. 사진 EPA=연합뉴스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지난 3일 아일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아일랜드의 상징 색인 녹색 코트와 드레스, 신발, 가방 등으로 예의를 갖춘 케이트 미들턴의 모습. 사진 EPA=연합뉴스

그동안 메건 마클의 패션은 왕실의 복장 규칙을 깨트린다는 측면에서 늘 논란이 돼 왔다. 어두운 색의 매니큐어를 바른다든지, 쇄골이 드러나는 옷을 입는다든지, 스타킹을 신지 않고 맨다리로 등장한다든지 등이다. 또 영국 왕실의 여인들이 즐겨 입는 선명한 색의 옷보다 늘 튀지 않은 베이지·남색 등의 옷을 고집했다. 덕분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왕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왕실의 일원으로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메건 마클이 선택한 옷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고 선명했다. 온라인 매체 리파이너리29는 “메건 마클이 패션을 통해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메건이 왕실의 삶에서 멀어질 순 있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선 멀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색상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녹색은 새로운 시작이자 희망”을 나타낸다며 메건이 선택한 녹색 드레스의 의미를 분석했다.

영국 왕실의 일원으로서 마지막 공식 행사에서 메건이 선택한 드레스는 초록색이다. 초록색은 새로운 시작,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다. 사진 AP=연합뉴스

영국 왕실의 일원으로서 마지막 공식 행사에서 메건이 선택한 드레스는 초록색이다. 초록색은 새로운 시작,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다. 사진 AP=연합뉴스

이번 메건 마클의 패션이 영리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또 있다. 패션으로 남편인 해리 왕자와의 완벽한 연대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영국으로 돌아온 첫날,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메건과 같은 색 넥타이를 맨 해리 왕자가 우산 아래서 함께 환하게 웃는 사진은 그 둘이 변함없이 완벽한 커플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드레스와 넥타이의 색을 맞춘 메건 마클과 해리 왕자. 사진 REUTERS=연합뉴스

드레스와 넥타이의 색을 맞춘 메건 마클과 해리 왕자. 사진 REUTERS=연합뉴스

커플룩의 진수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7일이다. 해리 왕자의 붉은 왕립해병대 제복과 메건 마클 왕자비의 붉은 드레스의 색은 완전히 같았다. 해리 왕자는 왕실로부터 독립하면서 왕립해병대에서의 의전상 지위인 총지휘관 자격도 내려놓았다. 앞으로 입을 일이 없는 제복을 공식 석상에서 마지막으로 입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입는 남편의 제복을 가장 멋지게 보여줄 수 있도록 메건 마클이 붉은색 드레스를 선택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붉은색 왕립해병대 제복을 입은 해리 왕자와 붉은색 케이프 드레스를 입은 메건 마클. 사진 AP=연합뉴스

붉은색 왕립해병대 제복을 입은 해리 왕자와 붉은색 케이프 드레스를 입은 메건 마클. 사진 AP=연합뉴스

메건 마클이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마지막 날에도 둘은 같은 색을 공유했다. 바람이 불면서 자연스럽게 펄럭이는 해리 왕자의 양복 안감은 남성 양복에 잘 사용하지 않는 초록색 새틴 소재로 재단돼 있었다. 영국 가디언은 “해리 왕자가 아내의 에메랄드 그린 드레스와 어울리도록 재킷 안감의 색상까지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바람에 날린 해리 왕자의 재킷 자락에서 메건의 드레스와 같은 색의 안감이 보인다. 사진 AP=연합뉴스

바람에 날린 해리 왕자의 재킷 자락에서 메건의 드레스와 같은 색의 안감이 보인다. 사진 AP=연합뉴스

메건 마클이 선택한 드레스가 모두 영국 브랜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첫날 입은 하늘색 드레스는 ‘빅토리아 베컴’, 붉은색 드레스는 ‘사피야’, 초록색 드레스는 ‘에밀리아 윅스테드’. 모두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다. 이 외에도 6일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로버트 클록어퍼 스쿨에 방문했을 때는 영국 브랜드 ‘ME+EM’의 재킷에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레지나 표’의 가방, 레바논 출신 영국 신발 디자이너 ‘제니퍼 샤만디’의 신발을 신었다. 그동안 메건 마클은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달리 영국 패션 브랜드를 지원하는 데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6일, 로버트 클록 어퍼 스쿨에 방문한 메건 마클. 크림색 재킷에 블랙 팬츠를 입고 독특한 매듭의 손가방을 들었다. 가방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레지나 표'의 제품이다. 사진 AP=연합뉴스

6일, 로버트 클록 어퍼 스쿨에 방문한 메건 마클. 크림색 재킷에 블랙 팬츠를 입고 독특한 매듭의 손가방을 들었다. 가방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레지나 표'의 제품이다. 사진 AP=연합뉴스

메건 마클의 마지막 왕실 패션은 해리 왕자와 메건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파이너리29 매체는 “메건의 세 가지 드레스 모두 ‘나를 보라’라는 메시지”라며 “대담한 색으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발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베니티페어는 메건의 패션을 ‘복수의 드레스(revenge dress)’라고 표현했다. 너무나 ‘왕실다웠던’ 메건 마클의 마지막 녹색 드레스는 영국이 두 명의 슈퍼스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했다.
또한 메건 마클의 화려한 패션은 앞으로 그가 하게 될 역할인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지난 7일 “전문가들은 브랜드 홍보 대사로서 서식스 공작부인 소득이 최대 1억 달러(한화 12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메건 마클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게 패션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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