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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무소속 출마자 영구제명" 다음날 문석균 '무소속 출마'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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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씨가 17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서 4·15 총선 무소속 출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씨가 17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서 4·15 총선 무소속 출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문희상 국회의장 장남 문석균씨가 17일 경기 의정부갑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당내 공천배제(컷오프)·경선탈락자들을 향해 "무소속 출마하면 영구제명하겠다"고 예고한 지 하루 만이다.

문씨는 이날 경기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제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문씨는 민주당이 '영입인재 5호'인 오영환 전 소방관을 의정부갑에 전략공천한 것에 대해 "중앙당에서 내리꽂은 후보는 민주당을 위해, 현 정권 탄생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민주당의 폭거에 참담함과 분노를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문씨는 '아빠 찬스'로 회자된 지역구 세습 논란에 지난 1월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당이 오 전 소방관을 전략공천한 뒤 무소속 출마를 검토해왔다.

민주당에서 문씨를 포함해 공천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 방침을 세우거나 공식 선언한 인사는 오제세(청주 서원)·민병두(서울 동대문을) 의원과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서울 금천) 등 현재까지 4명이다. 미래통합당에선 윤상현(인천 미추홀을)·권성동(강릉)·이현재(하남)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 전 경남지사(산청-함양-거창-합천)가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 결정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해찬의 '엄포' 얼마나 먹힐까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대표가 전날 "우리 당에서 4·15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 제명하겠다"고 했다는 소식에 무소속 출마를 검토해오던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반발했다. "공천배제 과정이 불공정했는데 당이 우회 출마까지 막아서야 되겠느냐"면서다. 문석균씨 측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2번 역임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20대 총선 때 컷오프되는 걸 보면서 아들 문씨도 당 공천과정에 불신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영구 제명' 엄포를 놓긴 했지만 총선이 끝나면 의석수 한 석이 아쉬운 집권여당 입장에서 무소속 출마 후 당선된 의원들의 복당 노크를 마냥 외면하긴 힘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총선 후 선거법 개정 등으로 여야가 샅바 싸움을 시작하면서 상당한 폭의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현재의 소속 정당은 큰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제세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선되면 오히려 (민주당이) 무소속 의원들을 모셔갈 것"이라며 "누가 '영구제명하겠다'는 당 대표 발언에 신경이나 쓰겠느냐"라고 말했다.

유승민도 허용…복당의 역사

2016년 3월 23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대구시 동구 화랑로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2016년 3월 23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대구시 동구 화랑로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과거 전례를 살펴봐도,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총선 이후 '원대복귀'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수장이었던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한 뒤 당선됐다.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비박 인사들을 대거 공천에서 배제해 '공천 파동'이 일던 시기였다.

총선 후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민주당(123석)에 이어 원내 2당이 되자 유 의원을 비롯한 안상수·장제원·주호영·강길부·이철규 및 친박계 윤상현 의원 등 당선 인사 7명이 새누리당에 순차적으로 복당했다. "여당(새누리당)이 국정운영을 위해선 1석이 아쉽다"는 얘기가 많았을 때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김무성·한선교 의원 등 당시 친박계로 분류되던 인사 11명이 친이계(親李·친이명박계) 중심으로 진행된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무더기로 복당했다.

민주당선 과거 박주선·홍의락 복당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당장 이해찬 대표만 해도 20대 총선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한 공천에서 컷오프되자 무소속으로 세종시에서 출마했고 당선 후 5개월 만인 그해 9월 당에 돌아왔다. 이 대표가 16일 무소속 출마 인사들을 향해 '영구제명'을 거론하자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4년 전 무소속 출마 기억을 벌써 잊었느냐"고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당시 이 대표와 함께 공천 배제된 홍의락 민주당 의원(대구 북을)도 컷오프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자 이후 복당했다. 현재 민생당 소속인 박주선 의원도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광주 동 지역구 무공천' 방침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 후 당선됐고 2014년 복당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지금 '영구제명'을 강조하는 것은 무소속 이탈을 막으려는 의지의 표현 성격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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