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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청와대 연결고리 '김 회장'…그의 수상한 코스닥 기업

중앙일보

입력

라임자산운용과 청와대, 서로 관련 없을 것 같은 두 곳의 연결고리로 코스닥 기업 실소유주 ‘김 회장’이 거론된다. 김 회장의 친구이자,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나갔던 금융감독원 직원이 ‘라임 펀드 관련 문제를 다 막았다’는 내용의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김 회장은 어떤 인물이고, 코스닥 상장사를 어떻게 운영해왔을까. 녹취록과 공시 자료 등을 토대로 그의 행적을 뒤쫓아봤다.

청와대 행정관의 고향 친구 '김 회장' 

1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김 회장은 지난해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나갔던 금융감독원 직원 김모씨와 오랜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전남 광주 출신이다. 금감원 직원 김씨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했고, 김 회장은 광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김 회장은 라임운용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로 지목된다. 녹취록의 주인공인 장 센터장이 금감원 직원 김씨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건(지난해 12월 중순) 김 회장의 생일파티에서다. 장 센터장은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프라이빗뱅커(PB)로, 원종준·이종필 등 라임 핵심 경영진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는 당초 김 회장과 금감원 직원 김씨, 그 외 김 회장의 친구들만이 모이기로 한 자리였다. 모임과 큰 관련이 없는 장 전 센터장이 여기에 합류한 것은 김 회장이 그를 불러서다. 당시 장 전 센터장은 라임펀드 회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김 회장과 자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님은 비즈니스 감각 큰 분"?

장 센터장은 녹취록에서 김 회장을 "상장사 2개를 갖고 있는 회장님"으로 소개한다. 장 센터장 묘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인수합병(M&A) 꾼도 아니고 그냥 비즈니스 감각이 되게 큰 분"이며 "진짜 강성"인 사업가다.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모습. 뉴스1

그러나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러한 평가에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구 인터불스)를 들여다보면 그렇다. 라임운용이 테티스2호 펀드를 통해 투자한 이 회사는 원래 인터불스였던 사명을 2019년 8월 바꿨다. 회사 내역을 살펴본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사업목적 수시로 바꿔…"작전세력 놀이터" 

스타모빌리티는 산업용 로봇과 터치패널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2018년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항암제, 난치성 질병 치료제 연구·개발 등 바이오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김 회장은 당시 바이오 사업을 총괄하는 사내이사로 회사 임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공개된 김 회장 주요 경력은 금형제조회사와 건설회사 대표 경력이 전부다.

회사는 실제로 그해 3월 미국 항암제 개발업체 '윈드밀' 인수 소식 등을 알리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 투자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1년 만에 바이오 사업에서 발을 뺐다. 이후 같은 해 12월 태양전지 모듈 개발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가 하면, 지난해 8월 제주도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사업 방향을 수차례 틀었다. 그러는 사이 6000원 선에서 1만4800원까지 올랐던 회사 주가는 16일 현재 5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스타모빌리티 주가 추이. 네이버금융

스타모빌리티 주가 추이. 네이버금융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WFM, 웰스씨앤티 등 회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이 투자했던 코링크PE로부터 투자받은 뒤 사업방향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꾼 것과 똑같은 사례"라며 "상장사인데도 수시로 사업방향을 바꾸는 회사는 전형적인 작전세력의 놀이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대표이사도 계속 바뀌어 

수시로 바뀐 건 사업목적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수시로 바뀌었다. 바뀌는 최대주주는 어김없이 투자조합(SPC)이라서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SPC는 제이투자조합·티지피·리미트리스홀딩스·차이나블루·탑플러스1호투자조합·루플렉스1호조합 등이다. 올해 1월 13일부터는 라임자산운용이 41.1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최대주주가 자꾸만 바뀐 까닭 중 하나는 이 회사가 전환사채(CB)를 쉬지 않고 발행한 데 있다. CB 발행은 자금을 융통할 길 없는 상장사가 제일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의 하나다. 라임운용 역시 이 회사의 CB를 인수했다. 코스닥 작전세력 여러 곳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이 회사 CB를 인수한 바 있다.

스타모빌리티 공시 화면. 전환사채 관련 공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스타모빌리티 공시 화면. 전환사채 관련 공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대표이사도 수차례 바뀌었다. 2019년에만 최광복→박원석→이강세로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2019년 7월 취임해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강세씨는 전남고등학교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광주MBC에 입사한 기자 출신이다. 2017년 3월~12월 광주MBC에서 사장까지 역임했다.

김 회장, 운수업체 횡령 혐의로 도피 중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회장은 현재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잠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그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발부받은 상태다.

김 회장이 받는 혐의는 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이다. 김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운수업체에서, 라임 측이 추천한 재무총괄이사(CFO)와 짜고 지난해 초 이 업체 자금 160억여원을 여러 법인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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