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재의 식당] 채소도 찌개도 푸짐한 인심…을지로 '쌈 싸먹는 김치찌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은주정

은주정

올해 50대가 된 아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열심히 가고,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지만 별로 날씬하진 않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재의 최애 맛집은 가성비 좋은 노포다. “가격은 저렴한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정도면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 아닌가”라는 게 아재의 주장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재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을 과연 요즘 젊은층도 좋아할까. 그래서 25살의 뽀시래기 한 명이 아재의 식당에 동행하기로 했다.

아재와 뽀시래기가 찾은 5번째 집은 을지로 방산시장 안에 있는 ‘은주정’이다. 1986년 시작한 이곳은 메뉴가 ‘쌈 싸먹는 김치찌개’ 딱 하나뿐이다. 1인분에 8000원. 주문을 하면 김치찌개를 담은 냄비와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채소를 수북이 담은 바구니, 밥을 담은 큰 대접을 갖다 주신다. 보글보글 김치찌개가 익으면 작은 앞 접시에 고기와 김치를 건저 쌈을 싸먹고, 남은 국물은 김칫국물을 더 넣고 팔팔 끓인 다음 라면 사리를 끓여 먹는 게 이 집의 공식이다.

주방 입구에는 20여 가지 쌈 채소 사진이 붙어 있는데, 계절 별로 6~종의 채소를 담아주시는 것 같다. 라면사리는 식당 입구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손님이 직접 사와야 한다.
저녁 메뉴도 한 가지 뿐이다. ‘삼겹살과 김치찌개’. 1인분에 삼겹살 2줄과 점심 때보다는 약간 적은 양의 김치찌개가 나온다. 1인분에 1만2000원. 둘이 와서 소주 한 병과 먹어도 3만원이 안 넘는 가성비 맛집이다.
수북한 쌈 채소는 바구니째 리필. 끝도 없이 나오는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오늘 아재와 뽀시래기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영상 촬영·편집 전시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