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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됐지만 ‘꽃보다 코로나’···식목행사·꽃축제 줄줄이 취소

중앙일보

입력

충북 옥천군 이원면 묘목산업특구에 있는 한 농원에서 방문객이 묘목을 고르고 있다. [중앙토포]

충북 옥천군 이원면 묘목산업특구에 있는 한 농원에서 방문객이 묘목을 고르고 있다. [중앙토포]

“식목철을 앞두고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서 묘목농장을 운영하는 염진세(65)씨는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던 ‘옥천 묘목축제’가 취소되면서 근심이 커졌다. 지난달부터 기승을 부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묘목 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예년보다 30~40% 줄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축제마저 중단돼서다.

충북 옥천 묘목특구 방문객 30~40% 줄어 근심 #농가 "식목철 대목 아쉽지만 코로나 예방 우선" #대표 벚꽃 축제 진해 군항제 57년 만에 첫 취소 #지역경제 위축 우려…개최 고민하는 지자체도

이원면 일대는 190㏊의 묘목밭이 조성돼 한 해 700만 그루의 유실수·조경수가 생산되고 있다. 전국 유통량의 70%를 공급하는 집산지다. 묘목을 파는 농원 70여 곳이 성업 중이어서 매년 봄이면 국내 최대 규모의 나무시장이 선다.

염씨는 “3일 동안 열리는 축제 기간 전국에서 8만~10만명의 소비자와 묘목 소매상이 묘목특구를 찾았는데 올해는 대목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며 “아쉽지만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농가들이 축제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확산하면서 봄철 식목행사와 봄꽃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식목 행사가 줄면서 묘목 농가는 판매량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일부 자치단체는 3월 말까지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본 뒤 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봄꽃축제인 진해 군항제. [연합뉴스]

전국 최대 규모의 봄꽃축제인 진해 군항제. [연합뉴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매년 3월 중순께부터 해 오던 ‘식목월 나무심기 행사’를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전남도 역시 다음 달 열려던 나무심기와 묘목 나눠주기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식목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묘목 산지인 충북 옥천군은 지역 상품권으로 묘목을 사는 소비자에게 10%의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묘목 축제는 취소했지만, 농가들을 위해 포털사이트 등을 통한 묘목 홍보시책을 펼칠 예정”이라며 “묘목시장에 대한 방역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를 시작으로 매년 4월에 집중적으로 열려온 봄꽃축제도 취소된 곳이 많다. 제주시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이달 열려던 제23회 제주 들불축제와 제22회 제주 왕벚꽃축제를 취소했다. 이들 축제는 30만명 안팎의 관광객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다.

서귀포시도 다음 달 9일 개최하려던 제38회 제주 유채꽃축제와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와 가파도 청보리축제도 취소됐다. 유채꽃축제는 9만9000㎡ 규모의 꽃밭에 8.8㎞의 둘레길을 걸을 수 있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였다.

현덕준 제주 유채꽃축제 추진위원장은 “코로나19가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됐으면 하는 바램에서 축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축제장 주변에서 향토음식과 푸드트럭 운영, 농산물 판매를 기대했던 주민들도 축제 중단 취지에 동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4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조랑말체험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주 유채꽃축제’에서 관광객들이 유채꽃밭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4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조랑말체험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주 유채꽃축제’에서 관광객들이 유채꽃밭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봄철 외지 관광객 유치에 효자 역할을 했던 벚꽃축제도 취소됐다. 경남 창원시는 오는 27일 개최하려던 제58회 진해 군항제를 전격 취소했다. 군항제는 지난해 412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국내 최대의 봄꽃축제다. 1963년 시작된 이래 행사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해구의 한 상인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평소 매출이 80~9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군항제마저 취소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남 하동 화개장터와 전북 부안 개암사, 전남 보성·충남 천안 등지의 벚꽃축제를 비롯해 경기도 군포 철쭉축제, 충남 금산 비단고을산꽃축제, 전남 화순 백야산 철쭉제 등도 개최하지 않는다.

다음 달 10∼12일 충북 제천에서 열려던 청풍호 벚꽃축제와 경기도 여주시 흥천면에서 열려던 남한강 벚꽃축제, 부천 원미산 진달래축제, 구리 유채꽃 축제 등은 주최 측이 개최 여부를 고심 중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축제를 취소하면 지역경제 위축을 초래할 수 있어 오는 25일까지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본 다음 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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