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추경안, 상임위서 6조 늘려…선관위선 총선 마스크 예산 501억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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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론’이 불붙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11조7000억원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추경안 심사 중 증액 전례 없던 일 #일부선 “상황 봐가며 2차 추경을”

추경액이 늘어나게 되면 전례가 없는 일이 된다. 이전에는 국회 심사를 거치며 주로 감액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둔 만큼 추경 증액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이미 정부 추경안은 국회 심사를 거치며 몸집을 불렸다.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사업 심사를 맡은 7개 상임위는 예비심사 단계에서부터 총 6조2604억원을 증액해 의결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4·15 총선에서 투표 참여자에게 지급할 마스크 예산 501억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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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추경 사업도 더 늘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교통·항공·여행업, 교육·문화·서비스업 등에 대한 지원책이 추가될 전망이다. 또 대구·경북 지역 특별지원 대책에 대한 요구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의 추경 증액 요구에 정부는 일단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본 뒤 필요시 보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청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추경안을 제출한 상황이고, 이후 결정 과정은 국회로 넘어갔다”며 “국회에서 증액 요구사업 등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증액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다는 의미다.

추경 증액론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정부가 ‘초(超)스피드’로 내놓은 추경안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추경안은 워낙 준비 시간이 짧았다”며 “각 부처가 기재부에 낸 추경 사업 중 상당수가 최종 추경안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미 낸 추경안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 상황을 봐서 2차 추경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피해가 얼마나 오래 갈지,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는 기존에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논의하고 향후 열릴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번 더 추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등의 불이 급하기는 하지만 이번 추경 재원 대부분이 빚이라는 점이 문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조3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한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볼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외환위기 수준에 가까워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40%를 넘게 된다. 추경 확대 필요성이 거세지만 나라금고에 돈이 없다는 얘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계층 지원을 위한 추경 증액은 필요하다”면서 “과거 연이은 재정 씀씀이로 이번 추경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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