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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회장 찾아가 "일베 새X" 난동 영상 찍은 진보 유튜버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의료진 및 의료기관 내 확진자 노출에 따른 의료기관 폐쇄 기준과 진료재개 기준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의료진 및 의료기관 내 확진자 노출에 따른 의료기관 폐쇄 기준과 진료재개 기준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관계자들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앞에서 욕설·고성 등을 이어간 뒤 영상까지 촬영·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부 방역 대응을 비판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의협은 이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 의협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3시쯤 진보 성향 유튜브 방송 '서울의 소리' 편집인 백모씨 등 3명이 서울 용산구 의협 사무실에 찾아갔다. 이들은 곧바로 최대집 회장이 있는 회장실로 들어갔다. 최 회장 앞에서 "정치해 당신이? 이 일베 새X야" 등의 발언을 큰소리로 이어갔다. 이 장면은 그대로 촬영됐다.

의협 관계자들은 급히 백씨 등을 제지하면서 건물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나가는 걸 거부했다. 의협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자회견이 예정된 회의실로 진입해서 "의사협회가 왜 정치하냐" 등 비판을 이어갔다. 다음날에는 이렇게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일베 의협 회장 최대집 응징취재…'라는 게시물로 올렸다. '서울의 소리'는 보수 성향 인사를 찾아가 소리 지르는 등의 장면을 녹화한 뒤 '응징취재'라는 제목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처음에 기자라고 말한 뒤 갑자기 회장실로 가니까 미리 제지하지 못 했다"며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명백한 테러 행위로 의협 회장은 공인이니까 백번 양보해서 평시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코로나19 대응으로 바쁜 지금 상황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의협은 백씨 등의 행동을 '범죄 행위'로 판단하고,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건물침입죄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강력 조치를 검토만 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내부 의결됐다. 유튜브 업로드 영상에 대해선 법원에 영상 삭제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씨에 대해선 즉각 구속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이런 테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무시간 중 의협 임시회관에 대한 상시 경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협 측은 코로나19 대응을 정치적 시각으로 봐선 안 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의협 회장은 13만 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발언 자체가 안 되는 자리다. 최 회장의 (정치적) 출신을 떠나 그런 배경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정치적 논리를 따질 때가 아니라 전문가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정부가 방역 실패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으면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소임을 다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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