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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도 비례도 '황교안' 사라졌다···통합당 공천 힘못쓴 '친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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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의 무욕(無慾)인가 무능력(無能力)인가.

미래통합당 공천과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등에서 제1야당 수장인 황교안 대표의 영향력이 좀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역구 공천은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도 후보접수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본인의 지역인 서울 종로 선거운동에만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우선 지역구 공천에서 ‘친황’은 맥을 못 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문’ 현역이 온전히 살아남은 것과 대조된다. 그나마 추경호(대구 달성, 초선), 정점식(통영-고성, 초선) 의원 등 황 대표 측근 현역은 살아남았다. 원외 인사는 대부분 탈락했다. 원영섭 당 조직부총장(부산 부산진갑)은 컷오프됐고, 김우석(서울 마포갑) 당대표 정무특보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태용(사천-남해-하동)·조청래(창원 마산회원)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경선을 앞두고 있다. 유상범 전 창원지검장은 일찌감치 공천 신청을 했지만, 해당 지역(홍천-횡성-영월-평창)은 재공모에 들어갔다. 여태 원외 친황 중 유일한 생존자는 윤갑근(청주 상당) 전 대구고검장 뿐이다.

황 대표가 공을 들여 영입한 인재도 고전하고 있다.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씨(고양갑)는 컷오프됐다. 미래한국당에 비례로 신청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도 부산 남갑에서 탈락했다.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대구 동갑)은 경선 중이다

황교안계의 퇴보와 달리 안철수·유승민·김형오계는 약진했다. 오신환(서울 관악을)ㆍ지상욱(서울 중·성동을)ㆍ유의동(평택을) 의원, 구상찬(서울 강서갑)ㆍ민현주(인천 연수을) 전 의원, 김웅(서울 송파갑) 전 검사와 이준석(서울 노원병) 최고위원 등 유승민계 대다수가 수도권에서 무난하게 공천을 받았다. 안철수계 역시 김삼화(서울 중랑갑)ㆍ이동섭(서울 노원을) 의원, 문병호(서울 영등포갑)ㆍ김영환(고양병) 전 의원 등이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공천받았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직접 영입한 태영호 전 북한 주영공사(서울 강남갑), 윤희숙 전 KDI 교수(서울 서초갑), 이수희 변호사(서울 강동갑) 등은 강남 4구를 배정받았다. 최홍 전 ING 자산운용 대표(서울 강남을),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인천 중-동-강화-옹진) 등 ‘김형오 직계’ 인사들도 초기에 공천을 확정했다.

황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에도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가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장이다. 황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박 위원장이 9일 비례 공천을 신청했다가 1시간 30분 만에 번복한 데엔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의 비토가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아예 독자 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황 대표의 이같은 ‘저자세’ 행보가 결과적으로 보수통합과 당 혁신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황 대표가 과거 당대표와 마찬가지로 상왕식 공천권을 행사했다면, 현재와 같은 대폭적인 물갈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것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공천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나. 자신의 말을 온전히 지킨 것인데, 그걸 구태 정치 시각으로만 바라보니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황 대표가 자기 사람 심기에 주력했다면 보수통합은 커녕 당이 이미 두 쪽으로 쪼개졌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자기희생을 오히려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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