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식→채권 자금이동, 가계대출은 급증…금융 충격 확산

중앙일보

입력

2월 한 달 동안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내렸다.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은 은행에 집중됐다. 실물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가계대출도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이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고채(3년) 금리는 1월 말 1.30%에서 2월 말 1.10%로 하락했다. 3월 10일 기준으론 1.08%로 더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로 국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채나 통안증권 같은 단기물 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월 큰 폭 하락했던 코스피는 3월 들어 반등했다. 주요국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은 다시 투자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1월 말 2119였던 코스피는 3월 10일 1963까지 물러났다.

은행 주택대출 58개월 만에 최대 증가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 가계대출은 2월에만 9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1월(3조7000억원), 지난해 2월(2조5000억원)과 비교할 때 증가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7조8000억원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이는 2015년 4월(8조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거래(매매·전세)는 약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수요로 이어진다”며 “지난해 12·16 대책 이전 주택 거래에 따른 자금 수요가 2월 은행 가계대출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크게 조이는 부동산 대책이 나오자, 미리 대출을 신청해놨던 수요가 많았고 이것이 2월에 실행됐다는 뜻이다.

눈에 띄는 건 기타대출 증가세다. 1월엔 6000억원 감소했는데 2월엔 1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일반신용대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예·적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경기 부진으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신용대출에 기대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가 가계대출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한은은 이날 질의응답 자료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금수요는 (가계대출보다는)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갈 곳 없는 유동자금 은행으로 

한국은행

한국은행

2월 은행 수신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월엔 15조1000억원이 줄었는데 2월엔 35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38조6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로나19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결제성자금, 지방정부의 단기여유자금 등이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액도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단기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은 1월 말보다 15조2000억원 증가해 잔액이 143조6000억원에 달했다. 월말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올해 들어서만 40조원 넘게 폭증했다.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채권형펀드엔 돈이 들어왔고, 주식형펀드는 1월(-2조8000억원), 2월(-3조7000억원) 감소 폭이 확대됐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