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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넘긴 수출규제 회의…요구 다 들어준 韓, 日 화답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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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일 수출 당국이 3개월 만에 일본 수출규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일본과 한국이 차례로 출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등 양국 분위기가 다시 경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 이유로 제시했던 문제가 대부분 해결됐다며 수출 규제 이전으로 원상회복을 촉구했지만 일본의 화답은 없었다.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영상회의 화면. 한국 수석대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화면 위 가운데)과 일본 수석대표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화면 아래 가운데)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영상회의 화면. 한국 수석대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화면 위 가운데)과 일본 수석대표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화면 아래 가운데)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오전 열린 일본 경제산업성과의 ‘제8차 수출관리정책 대화’ 결과에 대해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며 “최근 한국의 대외무역법 개정 등 양국이 수출관리 역량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7차 수출관리정책대화 이후 발표한 내용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으로 실질적인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다.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50분까지 약 16시간 동안 열렸다.

수출관리정책 대화는 지난해 7월 일본이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대 품목(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고순도 불화수소)' 수출규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3년간 개최되지 않아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한국 측 대표로는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이, 일본 측 대표로는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참석했다.

해빙 조짐 보였던 수출규제

지난해 12월 16일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이 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과 '제7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12월 16일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이 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과 '제7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7차 수출관리정책 대화 이후에도 산업부는 "양국이 수출관리제도 운용에 대해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며 "향후 수출관리제도와 운용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갈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7차 회의 나흘 후인 지난해 12월 20일, 일본은 3대 품목 중 포토 레지스트 대한 규제를 다소 완화하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일본 기업이 한국 업체에 원료를 수출할 경우 건건이 허가를 받도록 '개별허가'를 적용했지만, 수출 실적이 쌓인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특정포괄허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출 규제 이전 3년에 한 번만 허가를 받으면 됐던 '일반포괄허가'에 비해서는 미흡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됐다.

무역법 고치고, 관리인력도 충원했지만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 일본이 수출규제 이유로 들었던 문제들도 해결했다. 일본이 제시한 문제는 ▶양국 간 정책 대화가 일정 기간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점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 수출을 제한하기 위한 '캐치올 규제'가 미비한 점 ▶수출심사·관리 인원 부족 등 체제의 취약성 등 크게 3가지다.

이에 한국은 수출관리정책 대화를 재개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캐치올 통제 관련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외무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출관리지원 조직인 전략물자관리원의 인력도 25% 증원됐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일본 수출규제 관련 관계 장관회의에서 “산업부의 무역 안보 조직도 현재 '과 단위'에서 '국 단위' 정규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고 무역 안보 인력을 확충할 것”이라며 “수출규제 사유가 모두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국금지에 재경색…"맞불 작전 도움 안 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코로나 19 확산을 계기로 양국이 상호 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등 외교 문제가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이 제시한 표면적 이유와 달리 애초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 등 외교 문제가 얽혀있던 만큼, 분위기가 더 경색한 탓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14일 격리와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중단 등 입국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 외교부도 9일부터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고,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도 정지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이후 수출관리정책 대화도 영상 회의로 형식이 바뀌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의 모든 외교 조치에 대해 정부가 곧바로 '맞불 작전'으로 일관하는 것은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내 코로나 19로 일본 외 다른 국가도 한국에 대한 입국을 제한한 만큼 수출규제 조치와 입국 제한을 곧바로 연관 짓지 말고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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