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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 늘리자, 산업현장 마스크 말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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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스크 배급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공적 공급물량을 80%로 높임에 따라 산업계 종사자를 위한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버스·마트·공장 “직원들 못준다” #정부 “산업 영역 고려 못해 죄송”

지난 9일 오후 기획재정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버스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은행연합회·건설협회·체인스토어협회 등 10여 개 기관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현황 파악에 나섰다. 버스연합회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운수 종사자 10만 명에게 이틀에 한 장씩만 배부해도 일주일에 최소 40만~50만 장이 필요한데 공적 물량이 80%까지 늘면서 연합회 차원에서 전혀 구매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산업 영역까지 고려할 생산분량이 되지 않아 죄송하게 생각한다.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익명을 전제로 “정부의 입장은 결국 서비스직 등 업무상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도 약국에서 따로 마스크를 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산업 일선에선 마스크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꼭 클린룸에서 쓰는 산업용 마스크가 아니더라도 직원들이 공장에서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환경이다 보니 보건용 마스크 지급이 중요하다”며 “대부분 업체가 최근 일주일에 2~3장씩 지급했지만 이마저도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남기 “마스크 수출금지 더 일찍 됐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

고객과의 대면 접촉 업무가 많은 유통업체 역시 직원용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 애태우고 있다. 한 대형마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만 해도 협력업체 사원까지 매일 KF94 마스크를 한 장씩 지급했지만 최근엔 신청 직원에게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는 일주일에 평균 한 장씩 직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 하루 평균 8만 장씩 입고되던 마스크가 최근 2만 장으로 줄어들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점포당 하루에 200장이 들어오는데 직원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은 거의 없다”고 했다.

호텔 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 호텔 프랜차이즈는 직원들에게 매일 한 장씩 마스크를 제공하다가 2월 3주차부터 주 3일 지급으로 변경했다. 편의점 업계도 비상이다. 한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가맹점이 9일자로 마스크 발주 정지 상태가 됐다. 점포에서 마스크를 주문할 길이 아예 막힌 것이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편의점주나 직원들은 마스크를 약국에서 따로 구매하거나 빨아서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마스크 구하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천 마스크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법인과 공장 및 가맹점 판매 직원 등 총 4만5000여 명에게 빨아서 쓸 수 있는 천 마스크를 10일부터 순차적으로 나눠주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6일 직원들에게 천 마스크를 2장씩 지급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과 관련해 “(수출 금지 조치가) 더 일찍 됐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추인영·장주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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