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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먹고 갈래요?” 여성 예능인 계보 새로 쓰는 언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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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단장한 ‘밥블레스유 2’. 시즌 1의 송은이, 장도연, 김숙에 이어 박나래가 합류했다. 먹성 발휘에서 토크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사진 올리브]

새단장한 ‘밥블레스유 2’. 시즌 1의 송은이, 장도연, 김숙에 이어 박나래가 합류했다. 먹성 발휘에서 토크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사진 올리브]

“편 먹고 갈래요?” 5일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올리브 ‘밥블레스유 2’의 부제다. 2018~2019년 선보인 시즌 1이 “고민 따위 쌈 싸 먹어”를 외치며 시청자들이 보내온 고민에 맞춰 먹방 처방에 집중했다면, 시즌 2는 더 응원하고 편들어주겠다는 뜻을 담았다. 최화정·이영자·송은이·김숙·장도연 등 여성 예능인들이 뭉쳐 화제를 모은 시즌 1에서 최화정·이영자 등 ‘언니 라인’이 물러나고 ‘동생 라인’이 강화됐다. 장도연과 절친인 박나래가 합류했다.

황인영 PD ‘밥블레스유 2’ 새 출발 #‘쓰담 쓰담’ 최화정·이영자 빠지고 #박나래 합류 ‘어깨동무하는’ 느낌 #드레스코드·게스트 상설화로 변화

첫 방송 직후 만난 황인영 PD는 “시즌 1이 인생 경험 풍부한 언니들 중심으로 사연 신청자들을 ‘쓰담 쓰담’ 해 준 느낌이었다면, 시즌 2는 출연진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2015년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를 설립해 기획자로도 활동 중인 송은이가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먹성은 떨어졌지만, 수다는 늘어”

신입생룩을 맞춰 입은 출연진. 박나래가 04학번 시절 얼짱 포즈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 올리브]

신입생룩을 맞춰 입은 출연진. 박나래가 04학번 시절 얼짱 포즈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 올리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사계절을 할 수 있었어요. 다들 재충전을 할 시간도 필요했죠. 시즌 1이 좋게 마무리됐으니 시즌 2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언니들에게도 말씀드렸는데 후배들도 많은데 뭘 우리랑 또 하냐며 길을 터주셨어요. 시즌 3을 하게 되면 다 같이 모여도 재밌을 것 같아요.”

물오른 박나래의 예능감은 첫 회부터 빛났다. 술을 못하는 시즌 1 출연자들과 달리 ‘박장대소’ 콤비가 만나니 ‘안주로드’부터 가속이 붙었다. 황 PD는 “박나래씨가 합류하면서 스킨십 및 연애 관련 사연이 폭주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15세 관람가라는 것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동안 음식 추천이라는 포맷과 맞지 않아 방송되지 못한 사연들도 쏟아진다. 친구나 연인, 부부, 형제 등 다양한 관계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 달라는 것이다. ‘먹성’(시즌 1)에서 토크로의 진화다.

“15세 관람가인데 스킨십 사연 폭주”

황인영 PD

황인영 PD

매회 드레스 코드를 맞추고, 게스트를 초청하는 것도 달라진 부분. 첫 번째 게스트 배우 문소리를 시작으로 매회 각계각층의 ‘인생 언니’를 만나는 콘셉트다. 황 PD는 “나이 상관없이 ‘잘생기면 다 오빠’인 것처럼 ‘멋있으면 다 언니’ 아니냐”고 했다. “‘밥블레스유’ 멤버들과 달리 문소리씨는 결혼하고, 아이도 키우다 보니 이야기가 더 확장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밥 한번 먹어보고 싶다, 촬영장에 가보고 싶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는데 서로 윈윈하는 거죠. 게스트의 맛집을 방문하거나 집에 놀러 가 요리를 같이 해 먹는 등으로 변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황인영 PD는 어떻게 이 쟁쟁한 언니들과 한편이 됐을까. “MBC에서 상 받은 KBS 출신 희극인 4명이 올리브에서 뭉쳤다”는 설명처럼 이들은 지난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을 휩쓸었다. 박나래는 전년도 수상자인 이영자로부터 대상 트로피를 넘겨받았고, 송은이와 김숙은 각각 버라이어티·뮤직&토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상파에 비해 채널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시청률은 1% 안팎이지만, 이 시상식이 대세 여성 예능인을 탄생시킨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잘생기면 다 오빠? 멋있으면 다 언니”

2001년 SBS에 입사한 황 PD는 ‘진실게임’(1999~2008) 조연출 시절 송은이와 처음 만났다. 이듬해 ‘러브 투나잇’(2002~2003)으로 김숙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KBS 개그맨들이 ‘개그 콘서트’를 떠나 처음 버라이어티에 도전할 때였어요. 숙이 언니도 낯선 환경이었고, 저도 첫 단독 조연출이라 서로 많이 의지했어요. 종영 후에도 주말엔 같이 영화 보고, 밥 먹고, 고민 상담하던 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은이 언니랑은 ‘골드미스가 간다’(2008~2010)도 같이 했으니 꾸준히 봤고요. 도연씨와 나래씨는 14년간 같은 프로그램을 하길 꿈꾼 만큼 호흡이 정말 좋아요.”

2017년 CJ E&M으로 이적한 그는 “모든 콘텐트는 리액션이 있는 플랫폼을 찾아가기 마련인데 ‘밥블레스유’는 비보와 협업으로 선순환하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에서 시작해 유튜브 비보티비, TV 채널 올리브 등 다양한 플랫폼이 만나면서 새로운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는 얘기다. 출연진끼리 너무 친하다 보니 비방용 멘트가 많아져 걱정이지만, 덕분에 비보용으로 가공할 수 있는 콘텐트는 늘어났다.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에 송은이라는 파트너가 있어서 더 많은 내용을 의논할 수 있죠. 치열하게 버티면서 내공이 쌓인 분들과 함께하면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 분들이 맘껏 뛰어 노는 운동장을 더 풍성하게 넓히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어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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