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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은 안 받아요"...에어비앤비 피해사례 곳곳에서 속출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숙박공유시스템인 에어비앤비(Airbnb)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환불에도 위약금을 내야 하거나, 특정 인종이란 이유로 숙박을 거부당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어비앤비는 집주인(호스트)과 손님(게스트)를 연결해 주는 공유숙박 서비스다.   [에어비앤비 뉴스룸]

에어비앤비는 집주인(호스트)과 손님(게스트)를 연결해 주는 공유숙박 서비스다. [에어비앤비 뉴스룸]

중국계 게스트들, 여행 직전 숙박 취소돼 

LA타임스는 독일 지역 숙소를 예약했다가 여행 이틀 전에 취소 통보를 받은 케비 판디안이란 아시아계 학생의 사연을 전했다. 호스트는 "죄송하지만 신종 코로나 염려 때문에 그렇다"는 말만 남겼다. 판디안은 "만약 내 프로필에 내가 아시아계라는 걸 암시하는 내용이 없었다면 그런 메시지를 안 받았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LA타임스에 말했다.

아시아계를 피하기 위해 숙소를 떠나는 이용자들도 등장했다. 로마의 한 에어비앤비 시설 후기에는 "옆방에 아시아에서 온 가족들이 묵었기 때문"에 체크아웃을 했다는 후기가 달렸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는 차별 금지 정책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인종, 피부색, 민족, 출신국, 종교, 성적 취향, 성적 정체성 또는 혼인 여부에 따라 게스트를 거부하거나 요금을 다르게 적용해선 안 된다.

현실은 다르다. 영국 메트로지가 지난달 1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부 중이던 대만인 학생 루이스 신 위안 펭(31)은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런던 숙소에서 쫓겨났다. 루이스는 자신이 우한 지역을 방문한 적도 없으며, 대만은 신종 코로나가 심각하지 않은 상태라고 항의했으나 에어비앤비는 숙박비 환불과 다음에 쓸 수 있는 500달러 쿠폰을 지급했을 뿐이었다. 루이스는 숙소를 찾아 떠돌다 비싼 호텔에서 묵어야 했다.

미국 예일대에 재학 중인 루이스 신-위안 펭(31)은 런던 현지에서 대만인이란 이유로 숙박을 거부당해 페이스북에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려야 했다. [페이스북 캡처]

미국 예일대에 재학 중인 루이스 신-위안 펭(31)은 런던 현지에서 대만인이란 이유로 숙박을 거부당해 페이스북에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려야 했다. [페이스북 캡처]

세계적 전염병인데…"환불은 호스트 권한"이란 답변만

한편 에어비앤비의 환불 정책으로 불편함을 겪는 경우도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46세 엔지니어 케빈 현은 6월에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24일 한국을 여행 경보 최고 단계로 올려둔 상태였다.

에이비앤비 측은 처음에는 50%만 환불을 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현씨가 불만을 제기하자 나머지 50%는 다음 여행에 쓸 수 있는 적립금으로 환불해줬다. 현씨는 에어비엔비로부터 "호스트가 취소를 원치 않으니 우리로서는 환불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또 에어비앤비는 "다음에는 환불 정책을 잘 확인해 이런 일을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현씨는 이에 대해 "미래에 벌어질 글로벌 재앙을 어떻게 미리 알고 대비하라는 거냐"며 황당해했다.

미국 여행을 계획한 김지은(가명·39)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에어비앤비로 6월부터 장기 숙박을 예약한 김씨는 어린 자녀 때문에 걱정이 돼 여행을 취소하고자 했으나 숙박비용의 50%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국 상황이 심각하고, 미국에 우리가 입국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에어비앤비 측에 호소했으나 “환불규정에 따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환불 규정을 신설했다. 중국, 한국, 이탈리아를 여행하거나, 이 세 곳에서 출발하는 경우라면 호스트나 게스트 모두 위약금 없이 숙박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국가마다 100%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예약날짜와 체크인 날짜가 지정돼 있다.

김씨처럼 한국에서 해외로 여행할 경우 예약이 2월 25일 이전에 이루어졌고, 3월 23일 이전에 체크인하는 경우에만 100%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케빈 현의 경우처럼 한국에 예약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날짜 밖으로 여행 계획을 잡은 경우엔 50%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이처럼 예약 날짜와 체크인 날짜에 제한을 두는 건 신종 코로나 위험을 인지했는지에 따라 환불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에어비앤비 측은 날짜를 정한 기준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다.

김씨는 “호스트가 ‘6월은 신종 코로나가 괜찮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현재까지 환불을 받지 못했다”며 “단순 변심도 아니고 세계적인 전염병 때문인데 국제적인 기업에서 고려를 전혀 안 해주니 답답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에어비앤비 "날짜 규정은 수정될 수도 있어"  

이런 규정에 대해 에어비앤비 코리아 측은 "에어비앤비 환불 규정은 홈페이지에서 안내하는 대로이며, 다만 날짜 규정(3월 23일 체크인까지만 환불해준다는 부분)은 매주 회의를 거쳐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서 접수한 숙박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5일까지 19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491건이었던 것에 비해 3배가량 많았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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