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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선 ‘무죄’ 국회선 ‘타다 금지’…장벽 만난 모빌리티 산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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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호 02면

6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무엇보다 자동차대여사업(렌털) 기반으로 대리기사를 알선해 주는 사업 모델인 타다 영업이 사실상 금지된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일주일여 만에 국회가 이를 ‘불법’으로 뒤집은 셈이다. 좌초 위기에 놓인 타다 측은 6일 오후 대통령을 향해 개정법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타다금지법’ 본회의 통과 후폭풍 #타다, 기사 포함 렌터카는 불법 #‘총량·기여금 규제’ 진입장벽 돼 #개정안 시행 땐 플랫폼 택시 도입 #민간기업 새 도전 위축 우려도

이른바 타다금지법은 ‘타다 베이직’으로 대표되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기사 포함 렌터카’ 모델의 사업 근거를 없애는 조항을 담고 있다. 더구나 세부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제대로 작동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개정안은 ▶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 중개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플랫폼 운송사업은 기존 택시와 달리 외관·요금·차종 규제를 받지 않는 규제 혁신형으로 운영된다. 사업계획을 작성해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 자동차 조달 방식에는 렌터카도 포함됐다. 대신 사업자는 허가 대수 또는 운행 횟수에 따라 ‘운송시장 안정 기여금’을 내야 한다. 이 기여금은 택시 감차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허가 대수는 택시 감차 추이와 국민 편익을 고려해 정하는 걸로 법에 규정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언뜻 보면 지난 2013년 우버의 한국 진출 이후 반복돼온 택시 업계와 플랫폼 모빌리티 산업 간 갈등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서비스를 장려하는 법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오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타다금지법’으로 불린 데 대해 “플랫폼 운송업을 제도화하고 택시 업계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쏘카·VCNC는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이르면 이달 중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행령에 있던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경우 기사를 알선할 수 있게 한 조항이 법 개정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내 구간에서 운영되는 타다 베이직의 영업을 막는 조항이다. 대신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공항과 항만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경우에만 알선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쏘카·VCNC 측은 준고급 택시 서비스인 타다 프리미엄과 공항 이동 서비스 타다 에어, 이동약자를 위한 타다 어시스트 등 다른 서비스 방향은 추후 논의할 계획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김현미 장관과 정부는 자신들이 주도한 정책 탓에 일자리를 잃게 될 수천명의 드라이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정안이 공포되고 1년 후 법이 시행되면 모빌리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새로 생기는 플랫폼 택시가 관전 포인트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자금력을 갖춘 모빌리티 업체 중심으로 플랫폼 택시 사업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마카롱 택시 운영사인 KST모빌리티 권오상 이사는 “이전까지는 법에 정해진 ‘객관식 시험’만 가능했다면 새로 도입되는 플랫폼 택시는 ‘주관식 시험’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제도권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과정에서 ‘총량’과 ‘기여금’이라는 규제를 어떻게 잘 풀어가느냐가 관건이다. 둘 다 시행령에서 정하게 돼 있어 국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택시 감차 현황과 연동해 플랫폼 택시 허가 대수를 국토부가 보수적으로 산정한다면 스타트업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미나 코리아 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총량 규제는 기업의 확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문제”라며 “총량에 얽매여 규모를 빠르고 유연하게 키울 수 없다면 투자를 받기 어렵고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여금도 스타트업 입장에선 ‘진입장벽’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모빌리티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스타트업이 일정 규모로 성장하기 전까지 기여금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3월 사회적 대타협으로 ‘카풀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이번 개정안에서 기사 포함 렌터카 모델도 금지하면서 민간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할 영역 자체를 지나치게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합법적이었던 기사 포함 렌터카를 입법으로 금지하는 과정이 글로벌 투자자에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모빌리티의 정의가 얼마나 확장될지 정치권에선 이해가 없는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택시니 뭐니 구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기사의 표심을 의식해 국가가 합법이라고 허용해 놓은 것을 불법으로 만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한국 모빌리티 기업에 선뜻 투자하겠냐”고 꼬집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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