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같은 업체가 영업하며 기여금을 내면 택시는 차량을 줄이며 혁신한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런데 택시업계는 이미 연간 5600억여 원의 지방 정부 지원을 받고 있고, 택시회사는 부가가치세를 99% 감면받는다. ‘기여금을 통한 감차와 혁신’이 이뤄질지 의심받는 이유다.
무슨 얘기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타다도 기여금을 내고 영업할 수 있다”, “택시 서비스 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택시업계, 특히 법인택시는 요금 규제를 받는 대신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아왔다.
-택시 과잉공급, 낮은 서비스 품질, 법인택시 기사의 열악한 처우가 부각될 때마다 택시회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늘어났다.
이게 왜 중요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잦은 개입이 택시회사의 자체 혁신과 경쟁을 막아온 측면이 있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으로 택시업계를 위한 거액의 ‘기여금’이 들어와도, 이것만으로 택시 혁신을 담보할 순 없다는 얘기다. 기여금의 규모와 용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세금 감면은 뭐야
-택시회사는 부가세의 1%만 내고 사업한다. 99%에 해당하는 연간 2600억 여원을 감면받는다(국회예산정책처 비용추계). 90% 감면분은 법인택시 기사 처우 개선용이다. 기사 급여가 적은데 회사는 더 못 준다 하니 세금 감면액으로 보태준다.
-부가세 감면분의 5%는 택시 감차를 위한 재원이다. 과잉공급된 택시를 줄여야 하는데, 그 자금을 업계가 못 대니 역시 세금 감면분으로 해결하자는 것.
-부가세 감면분의 4%는 법인택시 기사 복지를 위해 쓴다. 법인택시 노사가 설립한 '택시복지재단'에서 집행한다. 중증질환 치료비, 자녀 학자금 지급 등을 택시회사는 돈 없어 못해준다 하니 세금 감면액으로 해주자는 얘기.
세금 지원은 뭐야
-택시는 연간 5600억원을 유가보조금·카드수수료 등 명목으로 세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전국 지자체 택시 관련 지출을 중앙일보가 조사해 합산해보니 이만큼이었다.
-유가보조금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택시는 경유 1리터당 345.54원, LPG 1리터당 221.36원의 유류세를 감면받는다. 지자체 예산에서 지급한다.
-지원 내용은 카드수수료, 처우개선비, 유니폼 제작, 블랙박스 설치, 택시 감차, 기사 보호벽 설치 등이다.
-장애인 콜택시나 농촌형 택시 같은 복지사업이나 택시기사 교육비, 택시회관 운영 같은 간접 지원은 뺀 액수다.
성과는 있나
-택시감차보상재원관리기관 회계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8년 택시 감차는 전국 2819대 이뤄졌다. 이 기간 서울 택시 감차량은 74대에 불과하다. 국토부의 감차 목표는 전국 5만 대다.
-감차기관 관계자는 “감차 보상금이 택시 면허 거래단가보다 낮아 감차가 원활하지 않고, 법안 개정 같은 변수가 생기면 감차 움직임이 멈춘다”고 했다.
-‘택시복지재단’의 이사장은 박복규 전국 택시운송사업조합회장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단이 설립 시 자체 조달한 복지 재원은 2억7000만원에 불과하며 택시회사 부가세 감면액으로 재단이 지급받는 금액은 연 89억원이다. 재단은 지난해 택시기사 건강검진과 자녀 학자금 지원 사업을 했다고 밝혔다. 재단 운영비, 임금 등 상세 지출을 알기 위해 결산서를 요청했으나 재단은 공개를 거부했다. 국토부에 요청했으나 도시교통과 담당자는 “민간 기관 정보라 줄 수 없다”며 “결혼한 자식을 부모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에도 기여금이 있나
-호주 일부 주는 승객 운송 1건당 1달러를 5년간 부과한다. 우버 등 운송플랫폼을 허용한 이후 택시업계 보상기금 마련용이다. 그런데 우버 뿐 아니라 택시도 내야 한다.
-호주는 우버를 허용한 대신, 택시 면허 보유자가 매년 주 정부에 내던 수수료를 75% 깎거나 면제한다(주별로 다름). 수수료가 연 2만 호주달러(약 1570만원) 안팎이었으니, 면허당 연 1000만원 정도씩 깎아준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권리금 격인 면허 인수값은 있지만, 택시 1대당 정부에 내는 면허 유지비나 재산세가 없다. 정부가 더 깎아줄 것이 없다.
그 전에 무슨 일이?
〈카드 수수료 세금으로〉
-거의 모든 지자체가 예산으로 택시 카드단말기를 깔아주고 결제 수수료도 내주고 있다.
-서울시가 택시요금 카드 수수료와 통신비로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170억원, 인천시는 63억원 규모다.
〈택시 앱도 지자체가〉
-서울시는 ‘승차거부를 해소한다’며 택시 앱 ‘지브로’(2018년)와 ‘S택시’(2019년)를 홍보했으나, 이용 저조로 곧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러자 서울시는 “우리 사업이 아니다”고 했다. 두 앱 모두 ‘티머니’가 만들었고 티머니의 최대주주는 서울시다. 티머니는 서울 택시 카드결제 수수료 업무를 독점한다.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가 티머니의 관계사다.
-성남시는 2016년 택시호출 앱을 세금으로 만들어줬다. 올해는 총 23억원을 지원한다. 앱 유지보수비 2500만원, 콜비 6억8400만원, 콜센터 운영비 14억128만원, 통신비 2억400만원 등이다.
-부천·평택·구리·오산·이천·김포 등도 관내 택시 콜센터에 연 수억원씩 예산을 지원한다.
〈택시기사 유니폼도 세금〉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위해 서울시는 2016년 법인택시 기사 유니폼비 16억원을 시비로 지원했다. 그러나 일선 택시기사들이 '기본권 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 복장 일원화는 없던 일이 됐다. 돈은 다 썼다.
-울산시는 2018년 택시 기사 제복구입 보조비로 1억8000만원을 썼다.
〈화장실 수리, 해외연수도 세금〉
-안동시는 2018년 ‘법인택시 화장실 및 휴게시설 개선 사업’에 1억1700만원을 썼다.
-일부 지자체는 예산으로 ‘모범 기사 해외 연수’를 보낸다. 국외출장보고서를 확인해보니, 연수단은 대개 택시 담당 공무원 1명과 택시회사 간부, 택시노조 간부, 선정된 모범 기사로 꾸려진다.
-대구시는 매년 ‘택시 근로자 선진 교통문화 체험’에 1억5000만원을, 광주광역시는 1억원을 쓴다. 울산·수원·광명·안산·임실과 경북의 시군들도 비슷한 해외연수를 매년 진행한다.
-인천시는 매년 ‘택시업계 노사정 협력 프로그램’에 1억5000만원을 지급한다. 예산을 받아 사업하는 주체는 택시회사 사장들이 모인 택시사업조합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팩플] "그래서, 팩트(fact)가 뭐야?"
이 질문에 답할 [팩플]을 시작합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한 기사가 [팩플]입니다. [팩플]팀은 사실에 충실한 '팩트풀(factful)' 기사, '팩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기사를 씁니다. 빙빙 돌지 않습니다. 궁금해할 내용부터 콕콕 짚습니다. '팩트없는 기사는 이제 그만, 팩트로 플렉스(Flex)해버렸지 뭐야.' [팩플]을 읽고 나면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