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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효과' 바이든, 10개 주 1위…샌더스 제치고 동·남부 휩쓸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미 민주당 14개 주 동시 경선이 열린 '슈퍼 화요일'에 10개 주에서 1위를 달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혁명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의 운동이 투표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3일 미 민주당 14개 주 동시 경선이 열린 '슈퍼 화요일'에 10개 주에서 1위를 달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혁명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의 운동이 투표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14개 주에서 실시된 '슈퍼 화요일' 민주당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0개 주에서 1위를 달렸다. 그는 직전 중도진영 단일화 효과로 동부와 남부를 휩쓸었다.

두 번째 큰 텍사스, 워런 고향 매사추세츠도 승리 #샌더스 최대 주 캘리포니아 앞서 대의원 수 접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고향 버몬트와 대의원 415명이 걸린 캘리포니아 등 서부 3개 주에서 1위를 했다. 이 때문에 1357명(전체 3979명)의 대의원 확보 경쟁에선 샌더스가 역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바이든은 가장 먼저 개표가 끝난 버지니아(대의원 99명)에서 53.3% 득표율로 승리했다. 이어 노스캐롤라이나(110명)·앨라배마(52명)·아칸소(31명)·미네소타(75명)·테네시(64명)·오클라호마(37명)·매사추세츠(91명)에서도 샌더스를 제쳤다. 대의원이 두 번째로 많은 텍사스(228명)에서 33.4%로 승리했고, 메인(24명)주도 91% 개표 결과 1.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바이든은 이날 밤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사퇴한 피터 부티지지, 에이미 클로버샤 후보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그는 "우리는 클로버샤 덕분에 미네소타에서 승리했고, 베토 오루크 덕분에 텍사스에서 선전하고 있다"며 "피트 부티지지 시장의 지지 또한 엄청나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샌더스를 겨냥해 "사람들이 혁명을 얘기할 때 우리는 운동을 시작했고 우리가 투표율을 올렸고 늘어난 투표율은 우리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이날 버몬트(16명), 콜로라도(66명), 유타(29명)에서 승리한 데 이어 가장 늦게 개표한 캘리포니아(415명)에서 개표가 48% 진행중인 가운데 32.7% 득표율로 선두를 달렸다. 바이든은 23.6%로 9%포인트 가량 뒤졌다. 경선 참여자 가운데 30%가 넘는 중·남미계 라티노가 샌더스에게 몰표를 줬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지지 기반인 흑인은 캘리포니아 유권자의 7%밖에 되지 않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3일 슈퍼 화요일 밤 고향 버몬트주에서 "같은 낡은 정치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3일 슈퍼 화요일 밤 고향 버몬트주에서 "같은 낡은 정치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샌더스는 고향 버몬트에서 연설을 통해 "똑같은 낡은 정치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며 "우리가 필요한 것은 노동계급 사람들과 젊은이들을 우리 정치운동으로 끌어들이고, 11월 미국 정치사상 최고 투표율을 만들어낼 새로운 정치"라고 힘주어 말했다.

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정치학 교수는 "워런과 블룸버그는 조만간 사퇴하고 바이든과 샌더스의 2파전이 계속될 것"이라며 "민주당원 과반수가 누가 트럼프를 이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믿느냐가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에 바이든에게 약간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는 "슈퍼 화요일 선거에는 상당수 조기·부재자 투표가 있기 때문에 중도 단일화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두 사람의 진짜 경쟁은 나머지 60%의 대의원이 걸린 앞으로의 경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50개 주 경선을 마쳐도 누구도 대의원 과반수(1991명)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 전당대회에서 슈퍼 대의원인 당 간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바이든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14개 주 가운데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경선을 계속할 지 위기에 몰렸다. 워런은 자신의 고향인 매사추세츠마저 바이든에 내준 데 이어 21.4% 득표율로 3위(95% 개표 결과)에 그쳐 지지층의 후보 사퇴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슈퍼 화요일 첫 경선 데뷔를 위해 5억 달러(6000억원)를 썼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블룸버그도 4일 자신의 경선 도전을 재평가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날 본토에서 전패한 뒤 미국령 사모아(6명)에서만 1위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에 두 사람을 싸잡아 '패자'라고 조롱했다. "오늘 밤 최대 패자는 단연 '꼬마(Mini)' 마이크 블룸버그다"라며 "그의 정치 컨설턴트들은 그를 속여 7억 달러를 하수구로 내다 버리게 했고 '꼬마 마이크'라는 별명 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그의 명성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적었다. "잘했어. 마이크"라고 놀리기까지 했다.

이어 "꼬마 마이크를 제외하면 엘리자베스 '포카혼타스' 워런도 오늘 밤의 패자"라며 "그녀는 고향 매사추세츠주에서도 승리 근처도 가지 못했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제 그녀는 남편과 편히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됐다"며 경선 포기를 기정사실화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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