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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전선' 대구로 간 간호장교···위기때마다 찾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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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계급장을 받은 날 바로 전투에 투입됐다. 일촉즉발의 전시 상황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3일 국군간호사관학교(국간사) 60기 졸업생 75명(남성 5명)은 졸업 및 임관식을 마친 뒤 곧바로 대구로 향했다. 이들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바뀐 국군대구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지원 임무를 맡는다.

신임 장교 대통령 앞에 출정사 #코로나19 최전선 대구로 급파 #간호장교 메르스·에볼라 경험 #전쟁·재난 위기 대응 전문가

9일로 예정됐던 임관식을 앞당길 만큼 의료진 충원이 긴급한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는 5000여 명을 넘어섰고 중증 확진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장기간 이어진 전염병 사투에 피로를 호소하는 의료진도 늘고 있다.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3일 오후 대구 시내 한 숙소에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이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는 국군대구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지원을 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3일 오후 대구 시내 한 숙소에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이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는 국군대구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지원을 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신임 간호장교가 목숨 바칠 각오를 안고 감염병 최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일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간사를 찾아 직접 특명을 내렸다. 현직 대통령의 국간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일 만큼 이례적이다.

60기 졸업생 곽혜민 소위는 “군인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전시에도 대통령 앞에서 출정사를 외친 뒤 곧바로 파견되는 경우는 매우 흔치 않다. 문 대통령은 “60기들의 헌신, 제가 잊지 않겠다. 꼭 기억하겠다”며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대전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신임 간호장교의 선별진료소 실전 연습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대전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신임 간호장교의 선별진료소 실전 연습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호장교가 전시가 아닌 평시에 국가의 긴급한 부름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에선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국제적인 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에도 참여했다. 민간병원 의료진이 치료에 나서기 꺼려 사표 쓰고 물러설 때 간호장교 들이 자원해 나섰다.

간호장교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위국헌신 군인본분’ 군인정신을 발휘했다. 이번에 대통령상을 받고 졸업한 신나은 소위는 “위기상황에 모두가 후퇴할 때 앞으로 나가는 용기를 갖춘 간호장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위기상황에 간호장교를 찾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 등 최악의 조건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간호장교가 국간사에 입학한 뒤 4년간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이 전투 현장에서 부상 장병 응급처치와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국군간호사관학교 제공]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이 전투 현장에서 부상 장병 응급처치와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국군간호사관학교 제공]

군복 입은 간호사는 전투 환경에 최적화된 전문성과 즉응성을 모두 갖춘다. 전염병에 대응하는 능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대학에 설치된 202개 간호학과 중 유일하다. 간호사관생도는 4년간 국비 지원을 받고 임관 후 6년간 의무 복무를 한다. 2012년부터 남자 생도를 선발하고 있다.

간호장교는 전투 중 발생하는 부상병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남다른 자질이 요구된다. 평소 어렵지 않던 혈관 주사 바늘 주입도 흔들리는 헬기나 전투 현장에선 쉽지 않다. 지척에서 포탄이 떨어져도 익숙한 듯 부상병을 돌봐야 한다. 때때로 다가오는 적을 향해 총도 쏴야 한다. 화생방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군간호사관학교 4학년 생도가 발목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 된 부상 환자 '휴먼 시뮬레이터'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박용한]

국군간호사관학교 4학년 생도가 발목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 된 부상 환자 '휴먼 시뮬레이터'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박용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결단이 필요한 순간도 극복해야 한다. 부상자가 넘쳐나는 전쟁터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선 살릴 수 있는 환자선별이 중요하다. 간호장교는 ‘부상자 중증도 분류’(트리아지ㆍ triage) 능력도 갖추고 있다. 간호장교가 전투와 재난 등에서 대규모 응급 환자 대응 전문가로 불리는 이유다.

실전적 훈련을 위해 실제 응급 환자 상태를 그대로 재현 한 의료실습용 마네킹 ‘휴먼 시뮬레이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 환자처럼 심장이 뛸 때 가슴이 올라왔다 내려간다. 절단지 부위에선 피도 흘러내린다. 통증을 호소하는 신음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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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장교는 두 가지 신분을 갖는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간호사인 동시에 장교로 임관한 군인이다. 전시에는 총탄이 빗발치는 전투 현장에 뛰어들어 부상병을 구한다. 평시에도 백령도를 비롯한 낙도, 남수단과 같은 해외 파병부대, 바다 한가운데 함정에도 배치된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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