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김이경(45) 씨는 공적 마스크가 풀린 2일 동네 약국 8곳을 방문해 보건 마스크 2개(KF80)를 겨우 구하는 데 그쳤다. 어머니와 함께 쓸 마스크가 필요해 약국 순례에 나섰지만 딱 하루 치만 구한 것이다.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마스크 자체 제작을 결심했다. 김 씨는 이날 국산 멜트 블로운 부직포(Melt Blown·효율 94% 이상) 6m를 3만원에 주문하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면 마스크에 천을 덧대고 주문한 필터를 잘라 넣어 사용할 예정”이라며 “보건 마스크만큼 보호가 될지 모르지만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마스크 공급이 여전히 불안정하다. 마스크 찾기에 지친 소비자 중 김 씨처럼 만들어 쓰기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 마스크용 부직포와 MB 필터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특히 MB 필터는 입고 뒤 몇 시간 만에 동난다. 외부로부터 공기를 걸러내는 MB 필터는 부직포의 일종으로 마스크의 핵심 소재다.
네이버 온라인몰에서 필터를 판매하는 ‘하나워터’ 사이트엔 자체 제작에 나선 소비자 리뷰가 2300개가 넘어섰다. 방한용 면 마스크에 손수건을 덧대 바느질한 뒤 필터 교체형으로 만들었다는 체험담이 많다. 부직포 시트 혹은 빨아 쓰는 종이 행주를 이용해 일회용으로 제작해 쓴 소비자 경험담도 볼 수 있다. 마스크 대란의 시대 소비자가 대응 방식을 다각화해 견디고 있다.
재봉 관련 유튜브 채널에선 마스크 만들기 가이드와 도안을 공유하고 있다. 재봉틀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쉬운 도안이 인기다. 유튜버 ‘꼬밀자매’의 경우 적합 재료 구하기 등을 안내하고 주방에서 사용하는 다시백과 마스크용 부직포, 다리미를 이용한 마스크 만드는 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 채널 구독자 수는 1000명이 조금 넘지만, 이 동영상 조회 수는 3일 현재 12만이 넘었다. 이밖에 각종 소셜미디어에도 해시태그(#)에 마스크 자체제작 팁을 안내하고 있다.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코로나 19로 신음하는 지역이나 저소득층에 지원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마스크 부족을 해결할 아이디어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1만~2만원가량으로 필터를 교체해 쓰는 면 재질의 다회용 마스크는 일회용 마스크보다는 수급이 원활한 편이다. 실리콘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마스크 가드’도 인기다. 1만원 이상으로 가드는 반영구적이라 마스크 가격이 올라도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필터는 따로 사야 하는 단점이 있다. 가드 사용자들은 필터용 재료를 확보하고 잘라 쓰는 방식으로 버틴다.
면 마스크에 KF필터 넣으면 최대 95% 효과
자체 제작한 마스크가 보건 마스크만큼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자칫 오염된 환경에서 제작한 마스크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의약품부 이정미 의약분석팀장은 “최근 실험 결과 면 마스크에 KF 필터를 넣으면 보건용 마스크만큼의 비말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선 필터를 낀 수제마스크와 덴탈 마스크 3종을 비교해 분진포집효율 시험을 한 결과 수제 필터 면 마스크는 평균 80~95% 차단 효과가 있었다. 덴탈 마스크는 66~70%의 성능을 보였다. KF필터를 넣은 수제 면마스크가 KF80 보건용 마스크(평균 입자크기 0.6㎛, 80% 이상 차단)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다만 주의사항도 있다. 면 마스크에 넣는 필터는 ▶마스크와 같은 크기로 잘라야 하고 ▶필터를 교체할 때 반드시 손을 씻고 되도록 위생용 장갑을 끼고 ▶면 마스크는 사용 뒤 필터를 뺀 뒤 세탁 ▶완전히 말려서 사용해야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직포를 재단해 일회용 마스크를 만드는 경우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깨끗한 환경에서 제작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사용하는 가위와 바늘, 다리미 등도 소독한 뒤 사용해야 한다. 접착제를 쓰는 것은 호흡기에 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