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담석 수술, 태국서 맹장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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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기업의 '아웃 소싱' 바람이 의료 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의료복지 비용 지출을 줄이려 종업원들을 해외로 보내 수술 등 치료를 받게 하는 고용주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수만 명이 인도.태국 등으로 '원정 치료'를 떠난다. 치료비 차이가 워낙 커서 항공료를 뽑고도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콜레스테롤 등으로 좁아진 관상동맥(심장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넓혀주는 형성술을 인도에서 받을 경우 6500달러면 되지만 캘리포니아에선 10배인 6만400달러가 든다. 해외 치료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늘 수밖에 없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제지회사 블루 리지는 지난 5년 새 직원 의료비가 두 배로 늘자 자체 해외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회사의 복지담당은 "미국 병원들은 마치 독점기업처럼 군다"며 "우리는 인도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 가을 담석 제거를 위해 인도로 떠나는 직원에게 항공료와 치료비는 물론 절감된 의료비 중 1만 달러를 떼줄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외원정 치료 주선 업체들도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블루 리지와 계약한 인더스헬스는 5~6개의 업체와 협의해 주요 고가 수술을 대상으로 한 특수 보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민간 의료 보험사인 유나이티드그룹도 올 초 치료 병원 목록에 의료비가 싼 태국의 병원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병원들은 이런 현상이 미국 내 의료비 급등을 부를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병원 관계자는 "상당수 병원이 대기업 직원 등 보험 혜택이 많은 환자들을 받아 손실을 벌충하고 있는데 이들 '넉넉한 환자'가 빠져나가면 전체 의료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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