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 멍석 깔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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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左)이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손경식 회장과 환담하며 정책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집권당과 경제계가 손잡고 큰 비즈니스를 하자. 경제계가 적극적인 투자를 하도록 여당이 멍석을 깔아드리겠다."(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 의장이 31일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았다. 전날 그가 밝혔던 기업 규제 완화, 기업인 사면 추진과 이에 호응한 기업의 투자 확대라는 '빅딜'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의 이계안 비서실장, 삼성SDS 사장 출신의 남궁석 서민경제추진위원,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 당내 '실용주의' 인사들이 김 의장과 동행했다. 상공회의소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경제계 요구를 통 크게 수용하겠다"고 했다. 출자총액제 폐지,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 경제인 사면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살고 나라가 발전하려면 기업이 신규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 재계의 신규투자 확대 규모를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장은 "국민은 정치권과 경제계가 화합의 토대 위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싶어 한다"고도 했다. 상의는 ▶금리.환율의 안정적 운용▶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재고▶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철회 등 11개 정책 과제를 쏟아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시 신발끈을 매고 뛰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며 금융산업구조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신중 검토를 즉석에서 요청했다. 이날 김 의장의 상의 방문은 '기업 껴안기'를 통한 여당의 민심 회복 시도를 보여준다. 자칫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경제 이슈를 '포기'하면서, 기업과의 '거래'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이 재계에 제시할 보따리는 청와대나 정부의 정책과는 엇갈린다. 여당의 출총제 폐지와 수도권 기업입주 규제 완화에 대해 권오규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두 사안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은 바꾸는 게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경제계와의 빅딜 시도는 청와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침이나 국가균형발전 원칙(수도권 공장입주 규제) 등과 충돌하며 당.청 간 정책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채병건 기자, 유호연 인턴기자

<mfemc@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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