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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베,코로나 와중 극우 작가 불러 만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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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2주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확산의 고비라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 자신도 그 고빗길에 서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 도중 눈을 만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 도중 눈을 만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의 지난달 29일자 사설 ‘아베 총리도 고빗길에 있다’의 한 대목이다.

일본 대표적 우익작가 햐쿠타 나오키 불러 #마이니치 "코로나뿐 아니라 아베가 고빗길" #난데없는 일제 휴교령에 현장 반발 커져 #국민엔 회식 자제령…자기는 극우와 식사 #보좌관은 출판 파티,넘버2 아소는 막말 #긴급 회견에도 "납득 안돼" 여론은 냉랭

사설은 신종 코로나 대응, ‘벚꽃 보는 모임’ 스캔들, 입 맛에 맞는 검찰총장 임명을 위한 자의적인 검사장 정년 연장 등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이대로 아베 총리에게 맡겨도 괜찮겠는가"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국면에서의 지지율 폭락에 아베 내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일본사회에서 나온다.

아베 총리가 느끼는 초조함이 역력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지난달 27일 갑작스럽게 발표한 ‘전국 초·중·고 일제 휴교 요청’은 위기 탈출을 위해 뽑아든 필사적인 카드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전국 일제 휴교 요청 등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전국 일제 휴교 요청 등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대한 갈팡질팡 대응, '검사 난민'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빈약한 코로나 검사 태세 등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데 대한 대응이었다.

 이틀전인 25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 종합대책에도 전혀 언급이 없던 휴교령은 27일 총리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우리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성의 반대속에서, '아베 관저의 안방마님'으로 불리는 최측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까지 논의에서 배제된 채로, 몇 몇 측근들과만 상의해 내린 이 결정에 대해 아베 총리는  "정치적 결단"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월요일인 3월2일부터 한달간 휴교하라면서 직전인 목요일(2월27일)에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결국 아베 총리는 29일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했다.

TV시청률이 높은 주말 저녁 6시에 생방송된 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휴교요청은 학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애끊는 결단","정치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 책임에서 도망갈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했다.

또 "휴직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새로운 조성금을 만들겠다","예비비를 통해 긴급대책 제2탄을 열흘내에 발표하겠다","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모든 환자가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설명은 없었고, 대책의 구체성도 결여됐다"(아사히 신문)며 일본내 여론은 여전히 냉랭하다.

특히 아베 총리와 주변의 돌발 행동들은 일본내 여론을 더 적으로 돌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외출과 모임 자제를 촉구하는 가운데 정작 아베 총리는 저녁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 신종 코로나 확산와중에서도 아베 총리가 총리공저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한 일본 우익 작가 햐쿠타 나오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밤 신종 코로나 확산와중에서도 아베 총리가 총리공저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한 일본 우익 작가 햐쿠타 나오키. [연합뉴스]

기업 경영인들,여당 관계자들에 이어 지난달 28일엔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대표적인 우익 작가 햐쿠타 나오키 (百田尚樹)를 총리 공저로 불러 식사를 함께 했다.

야당은 "민간기업은 회식을 자제하고 있는데 위기감이 너무 없다"고 추궁하지만 아베 총리는 "대형 연회도 아니고, (신종 코로나 등에 대해)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한다.

아키바 겐야(秋葉賢也) 총리보좌관은 아베 총리가 전국적 스포츠·문화 이벤트의 자제를 국민들에게 요청한 26일 당일 저녁 자신의 지역구 센다이(仙台)시에서 출판 기념 파티를 열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왼쪽)은 지난달 28일 전국 일제 휴교령에 따른 정부의 비용 부담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시한 질문"이라고 면박을 줬다. 오른쪽은 아베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왼쪽)은 지난달 28일 전국 일제 휴교령에 따른 정부의 비용 부담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시한 질문"이라고 면박을 줬다. 오른쪽은 아베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또 아베 총리의 ‘후견인’으로 불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부총리겸 재무상은 '휴교요청에 따른 정부의 지원 비용’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시한 질문이다","회사 선배가 시켜서 묻는 거냐. 불쌍하다"고 답해 논란을 낳았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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