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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행 환불' 위약금 분쟁 3배↑… 동남아 환불 따져봐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4일 인천공항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하다. [뉴스1]

지난달 24일 인천공항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하다. [뉴스1]

해외여행 취소를 둘러싼 환불ㆍ위약금 분쟁이 급증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나라가 늘면서다. 정부가 여행업계에 위약금 없는 환불을 권고했지만 강제할 수 없어서 피해가 늘어날 전망이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인 1월 20일부터 2월 27일까지 산하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위약금 관련 민원 건수는 1788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수준이다. 대부분 신고자가 “신종 코로나가 천재지변에 준하는 재난인 만큼 위약금 없이 환불해달라”고 주장했지만 여행사가 상품 약관을 근거로 위약금 면제를 거부했다.

외교부가 ‘여행 자제’ 국가로 분류한 중국(후베이성은 철수 권고)은 큰 문제가 없다. 항공사ㆍ여행사 모두 홍콩ㆍ마카오까지 취소 수수료(환불 위약금)를 면제해주고 있다. 문제는 여행사 예약의 60%가 넘는 동남아다. 태국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 등 동남아는 여행 자제국이 아니라서 항공사ㆍ여행사가 취소 수수료를 무조건 면제해주는 건 아니다. 해당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경우만 면제해주는 식이다.

공정위는 중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여행업협회 간담회를 갖고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강제격리, 검역강화 조치를 결정한 나라의 경우 소비자 의도와 관계없이 여행하기 어려워진 만큼 위약금 없이 환불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협회는 “최대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한국인) 입국 금지, 강제격리 국가로 여행 취소는 위약금 없는 환불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검역강화’ 단계에서는 여행이 가능한 만큼 이런 나라로의 여행 취소는 일반 약관에 따라 위약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협회 내에서조차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여행업계에 위약금 면제를 권고할 수는 있지만, 여행사와 소비자 간 맺은 계약에 대해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 기준을 제시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며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로 큰 피해를 본 여행업계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소비자와 업체가 여행 취소 위약금에 원만하게 합의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가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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