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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터블 가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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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베지터블(Vegetable·채소)로 만든 가죽이라는 뜻이다. 채소의 어떤 성분을 이용해 동물 가죽 비슷한 원단을 만들어냈다는 건가. ‘베지터블 가죽’이란 친환경적으로 만든 가죽을 부르는 업계 용어다. 즉, 사용된 소재가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용어다.

지난해 베지터블 가죽 제품을 만들었던 코오롱FnC ‘쿠론(사진)’ 생산파트 이병관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동물의 가죽인 원피(原皮)를 상용 가능한 피혁 형태로 만들려면 무두질 공정이 필요하다. 원피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거나 굳기 때문에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 갖춘 소재로 만들기 위해서다. 바로 이 무두질 공정에는 크롬 화합물을 사용하는 방법과 식물성 섬유 추출물을 활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코오롱FnC '쿠론' 베지터블 가죽 제품

코오롱FnC '쿠론' 베지터블 가죽 제품

크롬 무두질은 여러 장의 가죽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 상업성이 높은 반면, 세척 후 유해 중금속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쉽다. 식물성 섬유 추출물을 사용하는 무두질은 친환경적인 반면, 공정이 복잡하고 또한 양질의 가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다. 당연히 제품값은 올라간다.

하지만 요즘의 밀레니얼 세대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윤리적 소비’를 지향한다. 개인의 이익이나 만족보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소비인가, 미래 세대에 이익이 되는 올바른 소비인가를 먼저 따진다. 건강한 지구를 위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택하려는 이들의 고민은 진지하고 열렬하다. 이 진심을 기업들은 마케팅 홍보 이슈로만 이용하지 말고 꾸준한 연구로 화답해주길 바란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