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유럽이 이탈리아발 코로나 확산에 당혹해하고 있다.
◇322명 확진 이탈리아, 남부로까지 전염 확산
CNN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전날보다 93명 늘어 총 32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다.
사망자도 11명(3.4%)으로 늘었다. 대부분 80대 이상의 고령으로 9명은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나머지 2명은 베네토주에서 나왔다.
그동안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를 중심으로 북부에서만 발생했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이제 이탈리아 남부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발표된 확진자는 북서부 리구리아, 북동부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외에도 남부 시칠리아와 중부 토스카나에서도 발생했다.
◇접경국서 줄줄이 '이탈리아발 확진자' 발생
이탈리아 인근에 위치한 국가에서 '이탈리아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크로아티아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최근 이탈리아를 여행한 젊은 남성이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 자그레브의 한 병원에 격리된 상태다.
이탈리아 접경국가인 스위스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는 70대 남성으로 15일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에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접경국가 오스트리아에선 확진자가 2명 발생했다. 오스트리아 티롤 지역에 사는 이들 중 한 명은 최근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접경국가는 아니지만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한 호텔에서 이탈리아 투숙객 부부의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인됐다. 당국은 호텔 내부에 있던 약 1000명을 호텔 안에 격리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이탈리아 국적 여성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누적 확진자는 5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유럽의 '국경 개방' 고심 끝 '유지'
유럽 전역으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유럽의 국경 개방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논의 끝에 현재처럼 국경 개방을 유지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등 각국의 보건장관들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동 대응을 약속하며 "현 시점에서 국경 폐쇄는 불균형적이고 비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런 비상사태를 과소평가해선 안 되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가 취한 조치들이 며칠 내 억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