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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남 얘긴줄 알았는데” 인천 첫 확진에 부평시장 한숨

중앙일보

입력

22일 보건당국이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부평종합시장 내 상점을 상대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22일 보건당국이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부평종합시장 내 상점을 상대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긴급조치 상황을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오후 5시까지만 장사하고 폐점하며 이틀간 휴점한 뒤 정상영업을 2월 26일 수요일 오전부터 실행하기로 결정지었습니다”

23일 낮 12시30분 인천 부평종합시장은 한산했다. 일부 점포는 영업을 하지 않았고 손님은 적었다. 시장에서는 부평 종합전통시장상인회(상인회)에서 내보내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부평종합시장은 400여개의 상점에서 500명이 넘는 상인들이 영업하는 곳이다. 진흥시장·부평깡시장과 붙어있어 평소 손님들의 방문이 잦다. 시장엔 22일 인천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61·여)의 동거인 B씨(60)가 운영하던 상점이 있다.

대구 신천지 집회 후 인천행

주말이지만 부평 종합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적었다. 심석용 기자

주말이지만 부평 종합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적었다. 심석용 기자

인천시에 따르면 부평구에 거주하는 A씨는 14~17일 대구에서 열린 신천지 교회 집회에 참석한 뒤 17일 오후 인천으로 왔다. 이후 17~21일 사이 이 상점을 4차례 들렀다.

20일과 21일에는 시장 내 한 옷가게도 방문했다. 그는 발열 등 이상 증상은 없었으나 신천지 집회에 참석한 이력이 있어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인천의료원 격리병상에 입원했다. 그는 17일 대구에서 인천으로 이사했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지는 대구로 돼 있었다고 한다.

상인회에 따르면 22일 A씨가 신천지 집회에 다녀온 사실을 알게 된 상인들이 B씨에게도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B씨는 가게 문을 닫고 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고 이날 오후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는 14일간 자가격리 후 2차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격리가 해제된다.

B씨가 신종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상인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곳에서 20여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윤모(67)씨는 “B씨는 나보다 더 오래 여기 시장에서 장사해 온 것으로 안다”면서 “B씨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만일에 대비해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신종코로나는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 일로 다가오니 걱정이 크다”라고 말했다.

인천시·부평구·상인회는 협의를 거쳐 이날 오후 5시부터 부평종합시장·진흥시장·부평깡시장 내 상점 영업을 이틀간 중단하기로 했다. 상점들이 문을 닫는 동시에 부평구와 부평구보건소는 시장 전체를 방역한다.

밀접 접촉자 9명 모두 음성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부평구보건소. 심석용 기자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부평구보건소. 심석용 기자

인천시에 따르면 A씨의 진술과 시장 일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 부평구보건소 4명을 포함해 총 9명이 A씨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23일 오후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14일간 자가격리 후 2차 검사에서 음성일 경우 격리 해제된다.

한편 인천시는 10개 군·구의 선별진료소 운영과 주요 장소 방역 등을 위해 30억원을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시는 역학조사관을 13→23명으로 늘려 군·구에 파견하기로 했다. 관내 신천지 관련 시설 43곳은 운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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