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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집회 강행, 대구서도 상경···박원순 나오자 집기 날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가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로 집회를 불허했지만 주최 측은 강행했다. [뉴스1]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가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로 집회를 불허했지만 주최 측은 강행했다. [뉴스1]

보수 단체의 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가 끝내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날 도심 집회를 불허했지만, 보수 성향 단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집회를 강행했다. 가랑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도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신종코로나에 비바람에도 “문재인 하야” 

박 시장은 전날 “당분간 서울 도심 일대의 집회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부터는 파란 조끼를 입은 서울시 관계자 수십 명이 광장에 나와 시민들에게 “집회 금지 조치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주최 측에는 집회 금지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안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 금지 조치를 위반하고 집회에 나간 시민은 감염병예방법 제80조 제7호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공무원이 범투본 관계자에게 집회금지 명령서를 직접 전달하려고 하자 범투본 관계자가 받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서울시의 대형 스피커가 더욱 집회 장소 가까이 이동하자 일부 집회 참가자가 욕설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구국결사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중년 여성은 중재하는 경찰에 “집회 금지하지 말고 중국인 출입 금지해라”고 소리쳤다. 부부젤라(나팔 모양의 악기)를 불거나 메가폰의 사이렌을 울리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왔다는 김모(50)씨는 “광화문광장은 활짝 개방돼 있어 신종코로나 감염 위험이 없다”며 “오히려 저기 지나가는 버스나 지하철이 밀폐돼 있어 더 위험하니 금지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집회 금지 지도에 한 참가자가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의 집회 금지 지도에 한 참가자가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집회 자유 탄압하면 공산주의자”

한 목사는 “대한민국에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있고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오늘 집회를 하지 말라는 건 이 자유들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 정부가 공산주의자 소리를 듣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목사는 “대통령이 성급하게 진정됐다 어쨌다 했다가 갑자기 상황이 악화하니까 집회 참가자들한테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집단 감염의 근원지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에서 왔다는 기독교 신자 김모(66)씨는 “하나님을 믿는 자는 독을 마셔도 폐로 들어가지 않지만 이단인 신천지는 다르다”며 “(집단 감염은) 하나님의 심판이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과 관련해 신천지는 반발하며 “24일 서울시청 인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돌아가는 상황과 취했던 조치, 앞으로 계획 등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집회강행 고발하면 엄정 수사”

서울시와 집회 참가자 사이에 갈등이 격화하자 경찰은 일부 참가자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서울시에서 집회 참가를 제한하기 위한 고지 혹은 경고가 있었는데도 참가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불심검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추후 서울시 등의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엄중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점심시간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서울시 스피커 소리는 집회 측에서 내보내는 군가·애국가·발언 소리에 완전히 묻혔다. 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는 어김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심한 욕설과 “빨갱이” “공산주의자” 등의 발언을 퍼부었다.

주최 측은 “마스크와 장갑 등 위생 장비를 완벽히 갖추고 참가자 간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안전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온 집회 참가자도 눈에 띈다. 김민중 기자

대구에서 온 집회 참가자도 눈에 띈다. 김민중 기자

마스크 안 쓴 참가자, 대구서 온 참가자

그러나 간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참가자가 보였다. 또한 지난 며칠 사이 감염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에서 상경한 경우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민은 “사람이 많이 모이면 확산 위험이 커져 온갖 행사들이 다 취소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왜 이러는지 너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1시 40분쯤에는 박 시장이 집회장에 깜짝 등장해 아수라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방송차에 올라 집회 중단을 촉구했는데, 참가자들은 집기를 던지고 욕설을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발언을 마친 박 시장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 등장에 아수라장 분위기 

전문가 대부분은 집회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회에 참여하는 분 중 한 분이라도 감염자가 있으면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오늘 집회에 오신 분들이 거의 고령이라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최소 2주 동안 집회를 자제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특정 집회를 금지하면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신종코로나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리면 일률적으로 집회 전체를 금지하는 식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중·박현주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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