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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r·director 합친 PD 엉터리, desking→gatekeeping이 정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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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호 16면

콩글리시 인문학

MBC ‘PD수첩’이 사고를 쳤다. “The ‘PD notebook’ gathered information with distorted intension from the beginning” (PD수첩은 처음부터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수집했다). – The Korea Herald

영어로 PD는 police department #수문장이 먼저 걸러내 오보 막아야

팩트와 공정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보도가 허위 날조라면 그것은 국민 기만이요 언론이기를 포기한 사기극이다. 지난 2월 11일 방송된 ‘2020 집값에 대하여: 커지는 풍선효과 불안한 사람들’ 편에서 제작진은 9억원대 아파트를 가진 취재원을 무주택 세입자로 둔갑시켜 내보냈다. PD수첩은 이를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무주택자의 불안감을 부각하려는 방송의도에 꿰맞추어 사실을 왜곡하였다.

MBC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PD수첩이 반성은커녕 여전히 기획의도에 현실을 짜 맞추는 제작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프로그램은 1990년 5월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신명 나는 세상을 위하여, 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첫 방송이 나갔다. 인권의 사각지대로부터 국가권력의 횡포나 재벌기업의 비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성역을 타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PD수첩은 우리 방송사에 PD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KBS 역시 ‘PD 저널’이란 유사 프로를 편성한 적이 있다. 잡지형식의 심층 시사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미국 CBS의 ‘60분’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PD라는 말은 한국인이면 다 안다. 라디오 TV 케이블 등 단위 프로그램의 제작자를 PD라고 칭한다. 그러나 PD는 콩글리시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프로듀서(Producer)와 디렉터(Director)를 한 사람이 겸해서 맡는 관행 탓에 그 머리글자를 따서 PD라고 불러왔다. 영어로 PD는 police department(경찰국)이지 프로그램 제작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PD 저널리즘도 엉터리 표현이다. 한때 KBS와 MBC는 몇 개 나라에 PD 특파원을 상주시킨 바 있는데 한국에만 있던 별난 제도였다.

MBC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 및 데스킹(desking)기능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동아, 2.13). 데스킹 역시 콩글리시다. Desk는 명사지 동사가 아니다. desk는 저널리즘 용어로서 보도국이나 편집국의 특정 부서나 그 책임자인 senior journalist를 지칭한다. city desk는 사회부, features desk는 특집부, sport desk는 체육부를 가리킨다.

언론사 내에서 기사의 내용이나 프로그램 구성 등을 데스크가 점검하는 일은 desking이 아니라 gatekeeping이다. 수문장(守門將)이 한 번 걸러냄으로써 오보나 조작 허위 방송을 사전에 차단하게 된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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