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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간 이비인후과는 서촌···대표 관광지까지 손님 발길 '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이비인후과.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이비인후과.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원래 여긴 한국어보다 중국어 듣기가 더 쉬운 곳인데 요새는 거의 안 들려요.”

21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박모(58)씨는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울 대표 관광지인 서촌 일대의 관광객 발길을 확 줄였다는 이야기다. 주요 고객이 감소하면서 박씨 가게의 매출은 평소의 60% 수준까지 줄었다고 한다.

56번 확진자(75세 한국인 남성)가 인근의 이비인후과를 최근 5차례 방문한 사실이 20일 공개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56번 확진자는 서촌 북쪽의 부암동에 거주한다.

21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 박건 기자

21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 박건 기자

한복대여점 외국인 손님 반에 반 토막

한복 대여점을 운영하는 임모(43)씨는 “평소 같으면 쉴 틈 없이 계속 손님이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며 “하루에 받는 손님 수 기준으로 보면 70~80명에서 지난주 반 토막이 나더니 지금은 그것의 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식당도 울상이다. 문밖에 외국어 메뉴판을 세워둔 한 유명 한식당은 자리가 절반 넘게 비어 있었다. 한 통신사 대리점의 최모(23)씨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반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관광객 “오기 전엔 안전해 보여…갑자기 심각해져 당황”

드물게 보이는 관광객은 거의 다 혼자였다. 가족 등 단체 관광객은 만날 수 없었다. 멕시코에서 관광하러 왔다는 램버트 파디야(28)는 “월요일 한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신종코로나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환자가 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멕시코에서 걱정하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22일 귀국하는 대로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스리랑카 관광객 포르나파(34)도 “여기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것과 현실이 너무 다르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조용하고 사람도 적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서촌이 대표 관광지인 만큼 관광 산업 전반에 대한 충격파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신종코로나 발병국인 중국에서 오는 관광객 수가 지난달부터 많이 감소하고 있다. 현재 여행 상품 문의와 신규예약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한 한옥에서 사는 한모(40)씨는 “56번 확진자가 집(부암동)에서 이비인후과 사이를 5번이나 왔다 갔다고 하는데 그럼 그 사이에 있는 서촌은 굉장히 위험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서촌은 청와대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의 광화문. 박건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의 광화문. 박건 기자

서촌 주변 관광지도 비상…광화문광장 등 집회 금지

서촌 주변의 경복궁, 통인시장, 광화문광장 등 종로구 내 다른 관광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광화문광장의 경우 평소라면 흔히 보이는 관광버스가 한 대도 없었다. 지나가는 2층짜리 서울 시티 투어 버스엔 승객이 2명뿐이었다. 식당 등도 한산했다. 21일 현재 서울의 신종코로나 확진자 15명 가운데 7명이 종로구에서 발생했다.

종로구는 관광지 밀집 지역이면서 집회·시위도 자주 열리는 곳이라 신종코로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집회를 당분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박건·김민중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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