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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홈피 메인화면에 김어준…추미애식 홍보 또 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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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추미애 장관이 지난 설에 서울소년원을 방문해 세배를 받는 영상. 오른쪽은 20일 법무부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한 추 장관과 김어준의 사진. [유튜브 법무부TV 채널,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추미애 장관이 지난 설에 서울소년원을 방문해 세배를 받는 영상. 오른쪽은 20일 법무부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한 추 장관과 김어준의 사진. [유튜브 법무부TV 채널,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20일 법무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상단 메인 화면에 배치된 둥근 원 안의 사진 한 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씨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화 연결 인터뷰’라는 제목이 달린 섬네일이었다. 뒷배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천공항 특별입국 심사 현장 점검’이라는 제목의 홍보 사진이었다. 지난 19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을 때의 추 장관 모습이 담겼다. 이 섬네일을 클릭하자 당일 추 장관의 전화 인터뷰가 담긴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의 유튜브 동영상으로 연결됐다.

친정부 성향 방송과 인터뷰 링크 #코로나19 방역 자화자찬 내용 #“미국, 정치적 이유로 중국 입국금지” #외교가 “중국 외교장관이나 할 실언”

정부 부처 홈페이지 메인에 장차관의 동정을 소개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특정 성향의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메인 화면에 띄운 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인 장관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보 진영에 편향된 방송사 인터뷰를 홈페이지 메인에 올리는 건 오해를 살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도 논란을 불렀다. 추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특정 언론과 한 해당 전화 인터뷰에서 출입국 관리 업무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코로나19 대응 성과를 주로 홍보했다. 가장 민감한 이슈인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에는 말을 아꼈다. 추 장관은 인터뷰에서 “지난번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입국한 직후인 1월 22일 인천국제공항에 왔었고 오늘도 인천국제공항 현장에 와 있다”며 “중국의 경우 평소 하루 1만9000명 이상이 출입국을 하다가 지금은 6분의 1 정도인 3000명 정도가 출입국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武漢)이 있는)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급된 여권을 갖고 오신 분들에 대해서는 입국 차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중국 전역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중국 당국이 각별히 고마워했다고 설명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자신을 찾아온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도 전했다. 그러자 법조계에서는 정부 부처 홈페이지를 이용해 추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홍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 직후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중국 전역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는 발언은 외교적 논란에 휩싸였다. 추 장관은 “사실 미국 같으면 중국 사람을 완전히 입국 차단하고, 또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상당히 정치적인 분위기로 끌고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인 혹은 14일 이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추 장관이 동맹국인 미국의 중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정치적 행위’로 해석한 것을 두고 현 정부의 ‘친중·반미’ 성향을 드러냈다는 지적과 함께 외교가에선 “중국 외교장관이나 할 수 있는 실언”이란 지적이 나왔다.

세종시의 한 정부 부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면 기자단에 공지를 해주지만 홈페이지 메인에 올리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장차관이 외부에서 정책 홍보를 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그간에도 홈페이지에 올려왔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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