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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도 힘들다는 인도…한국 영상 앱 '아자르'가 잡은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국내 영상 기술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의 '아자르'가 중동에 이어 인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든 영상 메신저 '아자르'는 지난해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앱애니가 발표한 '인도 앱 수익 순위'(게임 제외)에서 구글(구글원)·마이크로소프트(링크드인) 등을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2018년초 같은 순위에서 10위권이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스페인어로 ‘우연’을 뜻하는 아자르는 낯선 사람과 1 대 1 대화를 즐기는 스마트폰 앱이다.

13억 인구대국 인도를 잡은 하이퍼커넥트의 글로벌 무대는 더 넓어졌다. 최근 출시한 모바일 라이브 앱 '하쿠나 라이브'도 아자르처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1700억원 중 95%는 해외에서 나온다.

하이퍼커넥트의 인도 광고 영상 캡처. 아자르 앱에서 만난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사리 착용법을 배우는 에피소드를 다룬 광고다. 사리는 스카프 형태의 긴 천을 몸에 감아서 입는 인도 여성의 전통 의상인데, 현지 젊은이 중에는 사리 착용법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하이퍼커넥트]

하이퍼커넥트의 인도 광고 영상 캡처. 아자르 앱에서 만난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사리 착용법을 배우는 에피소드를 다룬 광고다. 사리는 스카프 형태의 긴 천을 몸에 감아서 입는 인도 여성의 전통 의상인데, 현지 젊은이 중에는 사리 착용법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하이퍼커넥트]

2014년 '아자르'를 출시한 하이퍼커넥트는 모바일 경쟁이 본격 시작된 2017년 인도 진출을 결정했다. 인도는 하이퍼커넥트뿐 아니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두 탐내는 시장이다. '넥스트 차이나'로 불릴 만큼 중국 못지않은 인구와 경제력을 자랑한다.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5억 명에 달한다. 2016년 현지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가 무료 음성 통화, 저렴한 데이터 통신 등을 앞세워 가입자 1억5000만명을 확보하면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하이퍼커넥트는 2018년 초 인도 북부 구르가온에 사무실을 차렸다. 송영아 하이퍼커넥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처음부터 현지 직원을 뽑아서 현지에 특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며 "인도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아자르 앱을 사용하게 된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자르는 당시에도 터키 등 중동 사용자가 급증하며 글로벌 서비스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0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전략을 모두 다시 짰다. 우선 인도에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했다. 인도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광고도 만들었다. 전통 의상인 '사리' 입는 방법을 아자르 메신저를 통해 배운다는 내용이었다. 글로벌 트렌드보다는 현지의 개성이 강한 콘텐트를 선호하는 인도 사용자들의 특징을 감안했다. 송영아 COO는 "이같은 노력 덕분에 아자르가 인도에선 현지에서 개발한 서비스로 각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에 위치한 하이퍼커넥트 사무실과 현지 직원들 모습.[하이퍼커넥트]

인도에 위치한 하이퍼커넥트 사무실과 현지 직원들 모습.[하이퍼커넥트]

다른 글로벌 IT기업들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도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기존 브랜드와 협업하는 방식이다. 미국 디즈니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도 인도 현지 1위 OTT 사업자인 핫스타와 손잡고 콘텐트를 유통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퍼커넥트는 인도 안에서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전략을 세분화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만큼 인도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문화적 차이를 정교하게 사업 전략에 반영했다. 김정훈 하이퍼커넥트 CBO(최고비지니스책임자)는 "인도는 공용어가 14개나 될만큼 문화가 다양하기 때문에 같은 지역,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매칭해야하는 기술도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인도 전략을 구상하던 중 방갈로르 등 인도 남부가 북부 지역보다 평균 소득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인도 진출 첫해엔 북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사용자수를 크게 늘렸지만, 이듬해인 2019년부터는 남부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경제적 수준이 더 높은 남부 지역을 공략해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영상 메신저 아자르가 인도에서 통한 데는 영상 콘텐트에 인도인들의 관심이 유달리 큰 시장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KPMG와 인도 국내 OTT 에로스 나우가 조사에 따르면 인도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10시간씩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유튜브에도 인도는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 채널 중 4개가 인도 채널이다. 인도의 월간 유튜브 이용자 수는 2억7000만명이 넘는다. 반면, 넷플릭스는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디지털 비디오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은 2.8%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구독료와 적은 현지 콘텐트가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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