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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양숙 "영등포을 왜 그리 됐나요"…여당 공천 엉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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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표정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표정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언한 ‘시스템 공천’이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공관위가 자의적으로 특정 후보에 불리한 결정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다. 특히 세 곳(서울 영등포을, 충북 청주서원, 경기 고양을)의 파열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권양숙 찾아간 ‘친노’ 신경민

서울 영등포을은 지난 13일 1차 경선 지역 52곳에 포함됐다. 공관위는 현역 신경민(67) 의원과 김민석(56) 전 의원 간 양자 대결로 구도를 정했다. 두 사람은 예비후보 면접 때부터 “끝장토론을 하자”(김민석), “철새가 좀비로 태어났다”(신경민) 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신 의원은 “정치자금법 유죄 확정 전력이 있는 김 전 의원을 공관위가 당헌을 어기면서까지 구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의원은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답답한 마음에 어제(18일) 경남 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 내려가 권양숙 여사를 만나고 왔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권 여사는 “영등포을은 중요한 지역인데 왜 그렇게 경선 지역이 됐나”, “(내가)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건 어렵지만 (신 의원을) 격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신 의원은 전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신경민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개정한 민주당 당규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 중인 자”를 공직선거 후보자 부적격 심사 기준으로 정했다. 김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유죄 전력이 두 차례 있다. 2005년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2010년에도 벌금 600만원, 추징금 7억2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첫 번째 선고 내용이 당규에 위배된다.

하지만 공관위는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는 후보자라도 검증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당헌 조항을 들어 김 전 의원을 경선 후보로 구제했다. 이해찬 대표가 당 최고위에서 직접 “김 전 의원 사건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이걸 재론하는 건 본인에게 억울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두 번의 유죄 판결 사건 중) 한 번은 중앙당 실수였고, 한 번은 당을 대신해 싸우다 피해를 본 것이다. 검찰의 표적 수사였다”는 입장이다.

4선 오제세 “오만한 권력이…”

공관위는 충북 선거구 8곳 중 한 곳에 대해서만 경선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현역 오제세(71) 의원이 있는 청주서원이다. 하지만 오 의원은 19일 주변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 출신이 경쟁력이 막강한 4선 현역 의원을 아무런 결격 사유도 없이 경선 배제한다는 건 황당무계한 일”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당 지도부에서 “컷오프 대상”이라는 언질을 듣고 공개적으로 반발에 나선 거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한 의원이 오제세 의원에게서 받은 문자를 읽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제공]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한 의원이 오제세 의원에게서 받은 문자를 읽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제공]

오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어제 아침 원혜영 공관위원장에게서 ‘경선 준비를 잘하라’는 언질을 받았는데 상황이 급변했다”며 “공관위원인 전혜숙 의원이 ‘컷오프 발표를 하려다 (오 의원의) 명예를 위해 불출마 기회를 주려고 한다'라고 하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내가 ‘하위 20%’에 들었고 여론조사 결과도 안 좋다는 것인데 데이터가 조작된 거다. 노 실장이 개입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청주서원에서는 이광희(56) 전 충북 도의원과 이장섭(56) 전 충북 정무부지사가 오 의원과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중 이장섭 전 부지사는 노 실장이 청주흥덕에서 3선(17~19대)을 하는 동안 그를 보좌했다. 당초 지역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노 실장의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아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 전 부지사는 당 공천 신청 접수 마지막날 청주서원을 택했다. 그는 19일 중앙일보의 전화와 문자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쓰러진” 정재호 반발

민주당 최고위는 19일 경기 고양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의결했다. 이 지역 민주당 현역인 정재호(56·초선) 의원의 컷오프(현역 공천배제)가 확정된 것이다. 정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불편한 신체를 문제 삼아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재심을 요청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정 의원은 “당과 문재인 정부를 위해 일하다 질병과 장애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2018년 9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쓰러졌다”,“일종의 공상으로 이 사실은 이해찬 대표, 홍영표 전임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썼다. “현역 의원 경선 원칙 등 제가 배제돼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라고도 했다.

고양을 지역구 시·도의원 9명도 이날 오후 고양시의회에서 “당이 고양을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타당한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당내에서는 “사실상의 비문(非文) 배제·친문(親文) 강화 공천판”(민주당 예비후보),  “양정철·최재성 등 대표 주변 친문 세력이 공천룰을 다 망가뜨리고 있다”(민주당 보좌진)는 비판이 나왔다.

심새롬·정진우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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