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프리랜서PD 진상조사위 구성…국장들 보직 내려놓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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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 청주방송 로고. [연합뉴스]

CJB 청주방송 로고. [연합뉴스]

충북 청주의 민영방송사인 CJB 청주방송은 17일 자사에서 14년간 프리랜서 PD 신분으로 일했던 이재학(38)씨가 사측과의 갈등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국장들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보직을 내려놓고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청주방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명을 달리한 고(故) 이재학 PD에게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점을 고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장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모두 보직을 내려놓고 진상 규명을 위해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조연출로 청주방송에 입사한 이씨는 프리랜서 PD 신분으로 14년간 일하다 임금 인상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2018년 4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했다.

이씨는 부당해고라며 같은 해 8월 청주방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22일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항소한 이씨는 항소 닷새만인 지난 4일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다.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뒤 언론단체 등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청주방송은 9일 "많은 분이 기대하는 방송사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고 함께 일하는 이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유족과 협의해 이 PD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프리랜서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관계자들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며 "청주방송이 행해 온 위증 행위, 직원에 대한 갑질, 압박, 회유 등의 수많은 불법 행위와 비정상적인 자회사·외주개발사 운영 및 직원 운영 행태 등의 모든 불법 사항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언론계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일명 프리랜서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비정상적인 불법 노동착취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밝힐 수 있도록 건의해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함께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법정 투쟁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씨 측 변호인은 "1심 재판부가 이씨가 14년간 정규직처럼 일했던 40여 가지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이씨가 큰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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