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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인정한 제주 해녀도 인구절벽, 70대 이상이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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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바다에서 물질(바다 조업활동)을 하고 있는 제주 해녀. 최충일 기자

제주시 구좌읍 바다에서 물질(바다 조업활동)을 하고 있는 제주 해녀. 최충일 기자

제주 해녀의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6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는 이런 관심과는 반대로 지속해서 줄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도는 16일 “제주지역 해녀 수는 지난해 기준 3820명으로 전년(2018년) 3898명에 비해 2%(78명)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1970년대 1만4000여 명이었던 제주 해녀는 1980년대 7800여 명으로 줄었다. 2017년에는 3985명까지 줄면서 4000명 선이 무너졌고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인다.

해녀, 지난해 3820명으로 2018년보다 78명 줄어 #70년대 1만4000여 명, 2017년 4000명 선 무너져 #30대 젊은 해녀는 2016년부터 매년 조금씩 늘어 #해녀문화 전승 위한 양종훈 작가 사진전도 열려

제주시 구좌읍 바다로 물질(바다 조업활동)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는 제주 해녀. 최충일 기자

제주시 구좌읍 바다로 물질(바다 조업활동)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는 제주 해녀. 최충일 기자

더 문제는 제주 해녀의 고령화다. 해녀의 절반 이상이 70세 이상이다. 지난해 기준 70대 이상인 제주 해녀의 수는 전체 3820명 중 2235명으로 전체의 58.5%를 차지했다. 나이가 적을수록 그 숫자도 적다. 그다음으로 60~69세 30.7%(1174명), 50~59세 8.4%(322명), 40~49세 1.5%(56명), 30~39세 0.7%(27명) 순이었다. 30세 아래의 해녀는 6명(0.2%)에 그치고 있다. 등록된 최고령 해녀는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어촌계 소속 라모(98)씨로 1923년생이다. 최연소 해녀는 3년 차 경력을 가진 대정읍 일과2리 정모(24)씨로 1996년생이다.

해녀 수가 급감하는 것은 이 수치처럼 신규 해녀의 증가보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이가 들며 신체활동에 제약이 오자 은퇴하거나 조업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고령 해녀들의 사고 예방을 위해 어촌계를 통해 해녀 조업을 포기하는 은퇴자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37명의 해녀가 은퇴했다. 이들에게는 한 달에 30만원씩 3년간 수당을 주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바다로 물질(바다 조업활동)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는 제주 해녀. 최충일 기자

제주시 구좌읍 바다로 물질(바다 조업활동)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는 제주 해녀. 최충일 기자

지난해 기준 제주 해녀는 2018년보다 162명이 줄어든 반면 신규 해녀는 84명이 새 자리를 채웠다. 결론적으로 78명이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84명이라는 신규해녀 숫자에는 과거 해녀였다 일을 그만둔 후 다시 해녀로  나서는 현직 전환 해녀 34명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마을 어촌계에 신규 가입한 새내기 해녀는 50명에 그치고 있다. 마을 어촌계에서는 해녀 경력 등을 중시해 신규 가입자가 수년간 조업에 동참해야 ‘어촌계 해녀’로 인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와 제주 해녀들은 해녀학교를 세워 지속해서 신규 해녀를 양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제주 해녀의 전체 숫자가 줄고 있지만 매해 젊은 해녀의 숫자가 늘어나는 점은 고무적이다. 젊은 해녀를 대표하는 30대 제주 해녀의 경우 2013년 7명에 불과했으나 2016년 14명, 2017년 18명, 2018년 25명, 지난해 27명 등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

양종훈 상명대학교 교수가 오는 4월 15일까지 제주국제평화센터 기획전시실에서 ‘제주해녀 사진특별전’을 열고 있다. [사진 양종훈 교수]

양종훈 상명대학교 교수가 오는 4월 15일까지 제주국제평화센터 기획전시실에서 ‘제주해녀 사진특별전’을 열고 있다. [사진 양종훈 교수]

잊혀가는 해녀 문화의 전승을 위한 민간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양종훈 상명대학교 교수(한국사진학회장)가 오는 4월 15일까지 제주국제평화센터 기획전시실에서 ‘제주 해녀 사진특별전’을 열고 있다. 제주 출신인 양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해녀들이 뭍에서 물질을 준비하는 과정, 물질 후 돌아가는 장면 등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양 교수는 “20여 년 동안 제주 해녀를 촬영해 왔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해녀의 위대한 정신과 가치를 영원히 보존하고 잊지 않기 위해 사진전을 열었다”고 말했다.

제주 해녀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와 「고려사」에 당시의 해녀 관련 단어들이 등장했다. 조선 시대에는 제주 해녀가 「제주풍토기」 등에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해녀들은 대부분이 농사일을 겸하고 있다.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고 지역에 따라 당근·무 등 채소는 물론 감귤 등 과일까지 농사일을 병행한다. 물때가 맞아야 하고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한 달에 10~15 일만 물질을 한다. 6~9월은 소라의 산란기라 되도록 물질을 하지 않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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