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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중국계 이탈리아 청년의 호소

중앙일보

입력

"저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저는 한 명의 사람입니다. 편견을 근절해주세요."

지난 4일 '이탈리아-중국 청년협회'(UGIC) 페이스북 계정에 한 남성이 이탈리아 피렌체 시내에서 이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을 옆에 두고 '1인 시위'를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여파로 이탈리아에 중국인 혐오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그의 용기 있는 태도와 현지인들의 따뜻한 반응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UGIC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 [페이스북 캡처]

UGIC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 [페이스북 캡처]

영상 속 남성은 마시밀리아노 마르틸리 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계 이탈리아인이다. 그는 지난 2일 피렌체 거리에서 검은색 천으로 눈을 가리고 하얀색 마스크를 낀 채 '1인 시위'를 했다. 그의 옆에 놓여진 팻말에는 이탈리아어·중국어·영어로 "저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저는 한 명의 사람입니다. 편견을 근절시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영상 초반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서서 그를 쳐다보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민들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안아주고 눈을 가린 천과 마스크를 직접 벗겨주기도 했다.

 UGIC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 [연합뉴스]

UGIC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 [연합뉴스]

해당 영상은 16일 현재 조회수 42만 5000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1만회 이상 공유됐다.

마르틸리 장은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들의 아름다운 말 덕분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계 중국인 루첸광. [트위터 캡처]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계 중국인 루첸광. [트위터 캡처]

한편 신종 코로나로 인한 아시아계 혐오 정서는 이탈리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계 중국인 루첸광은 지난달 28일 트위터를 통해 "저는 중국인이지만 바이러스는 아닙니다! 모두가 바이러스를 무서워하는 건 알지만 제발 편견을 없애주세요."라는 문구를 올렸다. 이 글 역시 4만개의 좋아요를 받았으며 1만 4000명이 리트윗했다.

지난달 30일 BBC에 따르면 프랑스계 아시아인들 역시 신종 코로나 발생에 따른 인종차별과 혐오에 항의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Je Ne Suis Pas un Virus(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라는 해쉬태그 운동을 펼쳤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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