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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들려면 피 뽑고 소변검사…가입 문턱 높인 보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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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실손의료보험 신규 가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가 기존에는 방문진단심사를 받지 않았던 20대에게도 혈액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디마케팅(demarketing)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다. 디마케팅은 자사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실손 팔수록 손해” 절차 번거롭게 #20대도 간호사 찾아와 건강 체크 #기존 고객 보장 덜한 상품 전환 땐 #권유한 설계사에 인센티브 주기도

가장 대표적인 디마케팅 방식은 방문진단심사 강화를 통해 가입을 번거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방문진단은 간호사가 실손보험 가입 희망고객을 찾아가 혈압·혈액·소변 검사 등을 해 보험 가입 여부를 심사한다. 검사에서 특정 질환이 확인되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가입을 거절하는 식이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손보험 위험손해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방문진단심사 기준을 41세에서 20세로 낮췄다. 기존에는 질병 발생 위험도가 높더라도 20~30대의 경우 서면 심사를 거치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가 결정됐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부터 방문진단심사에 혈액검사를 추가했다. 롯데손해보험도 방문진단심사 기준은 21세이다. 메리츠화재도 1월부터 기존 66세 이상만 의무적으로 했던 방문진단심사를 61세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받도록 기준을 바꿨다.

업계 상위 업체들도 실손 보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인수 심사기준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인수 심사기준이 강화되면 실손보험 신규 가입 시 고객의 위험도를 보다 깐깐하게 보게 된다.

2019년 급감한 손해보험사 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9년 급감한 손해보험사 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대해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한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은 지점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매월 손해율이 140% 이상인 지점의 경우 30~60대 가입 희망고객은 비급여 특약 가입하려면 방문진단심사를 받아야 한다. DB손해보험은 과거 판매했던 자사 구(舊)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를 현재 판매하는 신(新)실손으로 전환시키면 보험설계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2017년 3월 이전 판매됐던 구실손·표준화실손은 비급여에 대한 보장이 넓어 신실손보다 손해율이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손해율이 높은 상품이다 보니 당분간 신규 판매를 줄이고 우량 고객 위주로 운영하기 위해 인수조건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중 나오는 실손보험 개편안이 나올 때까지는 이런 기류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도 디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자동차 보험 인수 심사를 강화하는 등 영업축소에 나섰다. 롯데손보 등도 자동차보험 영업 조직을 축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등 최악의 실적을 낸 데 따른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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