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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제독신제 유지키로…“기혼남성 사제, 아직 이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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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로마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가 결혼하지 않는 ‘사제독신제’ 전통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교황은 12일(현지시간) 남미 아마존의 주요 이슈를 논의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 관련 ‘교황 권고’를 발표했다.

교황은 ‘친애하는 아마존’이라는 제목의 권고문에서 아마존 지역 내 사회 정의와 환경 보호, 원주민 인권 보호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전 세계에 촉구했다.

이번 권고문에 ‘기혼 남성에게 사제품을 주는 방안’ 관련 내용은 없었다. 사실상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사제독신제’ 반대 여론은 지난해 10월 불거졌다.

바티칸에서 한 달간 진행됐던 ‘아마존 시노드’에서 아마존 지역의 심각한 사제 부족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면서다. 아마존 시노드에선 아마존에 한정해 결혼한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폐막 때 이를 찬성하는 입장이 담긴 권고문이 채택됐다.

보수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약 1000년간 유지해온 전통을 무너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에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사제독신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문헌 발표 직전인 지난 10일 미국 주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언젠가는 기혼 남성에게 사제품을 허용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사제독신제는 교리가 아닌 전통일 뿐 지역과 필요에 따라 수정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와 아마존 지역 내 사제독신제 폐지를 권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권고문에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공식 문헌을 통해 승인하는 것은 이르다고 본 것이다.

교계 일각에선 교황이 완전히 거부한 것은 아니고, 여러 목소리를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사제독신제는 찬반양론이 뚜렷하고 예민한 사안이라 교황님이 혼자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전 세계 모든 주교가 참여하는 또 다른 공의회가 열리지 않는 한 어느 한쪽으로 결론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존 지역과 오세아니아 도서 지역 등에서 심각한 사제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문제를 회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사제독신제는 약 4세기부터 시작된 가톨릭의 전통이다.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공식적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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