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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강조한 말 "거기 가봤나"···故신격호 철학 새긴 묘역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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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묘역. [김범관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묘역. [김범관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롯데그룹의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묘가 10일 공개됐다.

지난 1월 19일 고향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 영면한 신 명예회장의 묘역은 고인의 소망대로 검소하게 조성됐다.

자그마한 봉분에 벌레 방지를 위한 측백나무가 전부다.

묘 오른쪽 가로 1.8m 크기의 와석(臥石)이 신 명예회장의 묘역을 알리고 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와석(臥席) 금석문. [김범관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와석(臥席) 금석문. [김범관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여기 / 울주 청년의 꿈 / 대한해협의 거인 / 신격호 / 울림이 남아 있다 / 거기 가봤나?’

와석의 금석문에는 신 명예회장이 생전 직원들에게 강조한 ‘거기 가봤나’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현장 확인과 부지런함의 중요성이 담긴 문장이다.

이 문장을 디자인한 그래픽디자이너 이지현씨는“고인의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이 잘 읽히도록 문장 부호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묘역 디자인을 맡은 김범관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죽어서 고향에 평범하게 묻힌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뜻을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인의 검소하고 권위를 따지지 않는 소박한 성품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석을 택했고, 이 자연석을 세우지 않고 눕힌 수평적 배치로 하여 조경을 했다”며 “집무실에 걸어두었던 ‘거화취실(去華就實·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 액자에서처럼 죽어서도 소박한 삶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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