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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만의 잔치' 의식했나…11명 엘사 등 다양성 품은 아카데미

중앙일보

입력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시상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시상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네 개의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봉준호 감독도 이날 네 차례나 무대에 올라 가장 많이 카메라에 비친 주인공이 됐다. 한 번에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1954년 월트 디즈니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기생충’은 각종 기록을 연이어 세웠다.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 이후 63년만이다.

‘기생충’의 신기록 무대는 각본상으로 출발했다. 각본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자 시상식에 참석한 한국계 여배우 산드라 오가 발을 구르며 ‘물개 박수’를 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산드라 오는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축하해요. 한국인인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Congratulation. so so proud to be Korean) ”라고 적은 뒤 태극기 이모티콘과 하트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산드라 오는 지난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드라마(‘킬링 이브’)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기생충' 수상에 축하 소감을 트위터에 남긴 산드라 오 [트위터 캡쳐]

'기생충' 수상에 축하 소감을 트위터에 남긴 산드라 오 [트위터 캡쳐]

92번째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동안 지적된 ‘백인만의 잔치’(#OscarSoWhite)’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축하무대에선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가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이 원곡 가수 이디네 멘젤을 비롯해 독일, 일본, 스페인, 태국 등 각국에서 더빙을 한 11명의 엘사에 의해 꾸며졌다.

‘외국어영화상’이라는 명칭도 ‘국제영화상’으로 바뀌었다. 이날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뒤 첫 번째 상을 받게 돼서 더욱 의미가 깊다”며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바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남아있는 감독상이나 작품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는지 송강호, 이정은, 이선균, 조여정 등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수상의 영광을 나누기도 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르네 젤위거 [연합뉴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르네 젤위거 [연합뉴스]

작품상 및 감독상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는 남녀주연상 부문에서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와 ‘주디’의 르네 젤위거에게 돌아갔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로 꼽히지만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처음이다.
‘글래디에이터’, ‘그녀’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력을 보였던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에서 열연을 보이며 히스 레저의 흔적을 말끔히 지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로 잘 알려진 르네 젤위거는 ‘콜드 마운틴’ 이후 16년만에 도전에서 여우주연상의 기쁨을 안았다.

'조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 [연합뉴스]

'조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 [연합뉴스]

한편 평단과 관객의 두루 높은 평가를 받았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작품 ‘아이리시맨’은 10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고도 모두 노미네이트에 그쳐 아쉬운 결과를 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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